9일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솔 기자
9일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솔 기자
“이달 들어 인천 송도에서 서울 롯데타워가 선명하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지혁 씨(43)는 “송도는 평소 바다 안개나 미세먼지가 심해 아파트 바로 앞 동도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은데 요즘 날씨는 정말 이례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일 직선거리 30㎞가 넘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불꽃축제가 송도 일부 고층 아파트에서 뚜렷하게 보이기도 했다.

서울과 수십㎞ 떨어진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최근 서울 도심 초고층 건물을 관측했다는 목격담이 쏟아지고 있다. 미세먼지 감소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가시거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로 서해를 건너오는 미세먼지가 감소한 데다 한반도가 고기압 영향권에 놓이면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월 미세먼지 1995년의 20% 수준

9일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서울의 10월 평균 미세먼지 수치는 17㎍(1㎍=100만분의 1g)으로 미세먼지 통계가 공개된 1995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던 1995년 10월(78㎍)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초미세먼지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달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 평균치는 8㎍으로 통계가 집계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 이하로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미세먼지가 청명한 하늘의 주된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중국과 한국의 전기차 보급 확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172만9000대 중 전기차 비중은 50.8%(87만9000대)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전기차가 보급된 이후 처음으로 전기차가 일반 자동차보다 많이 팔린 셈이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7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62만1071대(누적)였다.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0년 13만4962대로 처음 10만 대를 넘어선 후 매년 10만 대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가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저감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시행한 2022년 ‘차종별 미세먼지 통합 측정’ 연구에 따르면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1차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이 화학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를 고려할 때 전기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내연기관차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 배출량도 마찬가지로 디젤, 가솔린, 전기차 순으로 낮은 것으로 연구됐다.

인천 석탄 발전소 1·2호기 가동 중단

국내 석탄 화력발전의 지속적인 비중 축소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탄 화력발전은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각종 오염물질을 배출해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3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석탄 화력발전 비율은 57.4%로 2012년 66.7% 대비 10년 새 9.3%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최대 규모인 인천 영흥석탄화력발전소 역시 여섯 기 가운데 1·2호기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저탄장 옥내화 사업을 이유로 2021년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한반도에 자리잡은 북쪽 고기압의 영향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은 주변 공기보다 무겁고 밀도가 높아 하강 기류를 형성하고, 구름이 생기기 힘들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국립환경과학원 예보관은 “9월 말부터 한반도로 북상한 태풍으로 인해 강해진 바람과 전국적으로 쏟아진 비가 미세먼지를 쓸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