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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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과 선정 기준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처음으로 편입 종목 적정성을 평가하는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지난 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개별 지배구조와 중장기 전략을 고려하지 못했고 실적이 일시적으로 양호했던 기업도 기술적으로 편입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 100개 중 55개 종목을 정성 평가한 결과 24곳을 '부적합'으로 평가했다.

앞서 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100종목에는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수 편입에 결정적 역할을 해 적극적 주주환원 및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겠다는 원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이었던 KB금융하나금융지주가 빠지고 주주환원에 인색했던 엔씨소프트DB하이텍,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밸류업 역행 비판을 받은 두산밥캣이 포함돼 시장의 의문을 자아냈다.

신영증권은 산업재 섹터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한진칼, 현대엘리베이, 에코프로에이치엔, HMM, 대한항공, 팬오션 등을 부적합 기업으로 평가했다.

신영증권은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채권단이 보유중이고, 한진칼은 주주환원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화에어로는 주주가치 제고 여력이 부족할 수 있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이 중요한 사안이므로 주주가치 제고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정보기술 섹터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 해성디에스, 파크시스템스, 피에스케이를 헬스케어 섹터에서는 한미약품, 파마리서치, 동국제약, JW중외제약 등을 밸류업 편입 부적합 종목으로 꼽았다.

신영증권은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시장과의 소통에 소극적이고 해성디에스는 유동성을 주주환원보다 사업 확장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약품은 PBR과 ROE 요건으로 편입된 듯 보이지만 주주환원 정책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 주주환원 의지 등을 기준으로 밸류업 우수 기업에 △아세아시멘트KCCHD한국조선해양LS ELECTRICDN오토모티브서부T&DKTNAVER유한양행HK이노엔 등을 꼽았다.

신영증권은 아세아시멘트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배당, 자사주매입 등 주주환원을 적극 실행 중이고 코스피 평균 ROE를 웃도는 데다 PBR도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KCC에 대해서도 "활용 가능한 보유자산의 적극적인 처분과 활용을 고민하고 있는데다 꾸준한 배당으로 주주환원 노력을 했다"며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 중 KRX300에 들지 않은 종목, 또는 밸류업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전략을 추천하고 나섰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지난 4일까지 코스피와 밸류업 지수 수익률을 비교하면 각각 2.7%와 1.8% 하락해 0.8%포인트의 초과수익을 기록하고 있다"며 "KRX300에 편입되지 않으면서도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에 선별된 티씨케이, 경동나비엔, 동국제약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B증권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는 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아 지수에 들지 못한 기업 25곳 중 올해 실적을 반영하면 편입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HD현대마린솔루션산일전기하나투어GKL빙그레 등을 지목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6월 정기변경(거래소의 기존 방식을 따른다면 4월 말이 기준시점)이 투자기회로 활용될 텐데, 공매도 재개여부와 밸류업 지수 추종 자금 규모, 코스피200 정기변경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의 규모가 커진다면 코스피200 편출입과 비슷한 전략이 구사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거래소는 편입 종목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당초 내년 6월로 예정돼 있던 리밸런싱(구성종목 변경)을 올해 안으로 앞당길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