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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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 둘을 키우는 김모 씨(45) 부부는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성장클리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랄 얘기를 들었다. 클리닉이 예측한 결과 두 아이의 키가 모두 150㎝ 초반까지 밖에 크지 않을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김 씨 부부는 결국 클리닉 조언에 따라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추기 시작했다. 비용은 한달에 80만원대로 연간 1000만원에 육박한다. 김 씨는 "여자 아이라 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150㎝ 초반이라는 예측치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더라"며 "주사를 맞으면 160㎝는 넘길 수 있을 것이란 의사 선생 얘기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맞추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맞고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436건, 2020년 660건, 2021년 1189건, 2022년 1603건, 2023년 1626건 등으로 급증했다.

주요 이상 사례를 보면 △전신 장애 및 주사 부위 통증, 출혈 등 △감염 및 기생충 감염 △두드러기, 발진 등 피부 및 피하 조직 장애 △두통 등 각종 신경계 장애 등이다. 특히 중대 이상 사례 보고도 끊이지 않았다. 2023년에는 113건으로 2019년(33건)과 비교해 3.4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중대 이상 사례 보고 건수는 81건으로, 지난해의 절반을 넘어섰다. 자주 보고된 중대 이상 사례는 △감염 및 기생충 감염(폐렴, 인두 편도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등) △각종 신경계 장애(발작, 실신, 어지러움, 두개 내압 증가 등) △전신 장애 및 투여 부위 병태(상태 악화, 발열) △근골격 및 결합 조직 장애(손 변형, 척추측만증, 골단 분리, 사지 비대칭, 골 괴사) 등이다. 다만 식약처는 이런 부작용이 성장호르몬 주사제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성장호르몬 주사제는 성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쓰는 치료제"라며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에게 투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식약처는 터너증후군이나 성장호르몬 결핍 및 저신장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성장호르몬 제제를 정상인에게 장기간 과량 투여하면 말단비대증, 부종, 관절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송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