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두 달 만에 전화 통화해 향후 군사 작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지난번 통화는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된 직후인 8월 초에 이뤄졌고, 네타냐후 총리가 "암살이 휴전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나한테 헛소리 좀 작작 하라"(stop bullshitting me)고 일축하는 등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께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약 3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듣고 있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전화를 통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수행하려는 작전과 이란에 대한 대응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두 지도자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전화 통화가) 직접적이고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과 하마스와의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 필요성을 강조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에 큰 관심 없이 헤즈볼라나 이란에 대한 공격을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보복 계획의 세부 내용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전화 통화 후인 이날 오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군 군사정보국 산하 9900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의 공습은 공격적이었지만 부정확했다"며 "우리의 공격은 치명적이고 정확하고 무엇보다도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결과를 보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균열이 심해지는 조짐은 뚜렷하다. NYT는 "지난 1년 동안 이스라엘 지도자는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미국 대통령을 대체로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정상 간의 통화는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로이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만남이 불발된 후 이뤄졌다. 일부 현지 언론은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의 공격에 대한 통보가 없어 미국인들의 생명이 위협받은 데 대해 오스틴 국방장관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통화했다고 AP통신이 이스라엘 총리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집중적이고 결단력 있는 작전을 벌인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은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