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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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화학협회가 협회 이름을 한국화학산업협회로 변경한다. 2012년 협회 명을 정한 뒤 12년 만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종의 불황 장기화로 외연 확장이 어려워지자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전문회사 등 새 식구를 끌어들어기 위한 전략이다.

10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이날 총회를 열고 협회 명을 기존 '한국석유화학협회'에서 '한국화학산업협회'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산업자원통상부의 승인을 거쳐 이달 31일 '한국화학산업의 날'을 맞아 협회 명을 변경할 계획이다.

협회 명을 바꾸면서 협회 성격도 달라질 전망이다. 전통 석유화학 기업 32곳만 회원사로 끌어들였던 과거와 달리 화학물질, 화학제품 제조업체도 회원사로 모집할 수 있게 된다.

석유화학협회는 우선 수요조사를 거쳐 정밀화학, 첨단소재 등을 회원사로 포섭할 계획이다.
화학산업 전반에 걸친 협회가 출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밀화학과 첨단소재를 아우르는 '화학산업연합회'가 2005년 출범된 적이 있으나 업계에선 역할이 해외 수출 창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조치로 화학산업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협회가 탄생하는 셈이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고부가, 친환경 전환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화학물질관리, 탄소중립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업계를 총괄해서 대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협회가 이름을 바꾸는 배경엔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있다. 회원사들이 내는 협회비로 운영되다보니 업계 불황은 협회 운영에 직격탄이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제품 수요처인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감소했다. 지난 상반기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네 곳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7조151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3.5% 증가했다. 중국 석유화학업체가 설비를 증설한 뒤 물량 공세에 나서며 공급 과잉 우려는 더 커졌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 셀룰로스, 아라미드 등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을 확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석유화학 업종을 벗어나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는 전략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철보다 훨씬 가벼운데도 강도는 10배나 센 탄소섬유 개발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종이 원료로 쓰이는 셀룰로스를 가공해 의약용 캡슐, 식품용 첨가제 등으로 수요처를 넓혔다. 금호석유화학도 중국의 타깃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으로 꼽힌다. 주력 제품인 타이어용 합성고무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서다. 협회도 이에 발맞춰 스페셜티를 제조하는 회원사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전통 석유화학업체 실적이 부진하면서 협회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기업처럼 협회도 생존을 위해 확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