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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가 되면…경주마처럼 달리는 알트코인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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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업토버’

비트코인 10월 급등설을 뜻하는 ‘업토버(Up+October)’는 지난달 초부터 시작되었다. 지난달 7일부터 반등을 시작한 비트코인은 30일까지 5만2000달러에서 6만5000달러까지 25%가량 상승했다.

네 번째 비트코인 반감기가 있었고 11월에 미국 대선이 예정된 올해는 ‘업토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강하다. 2012, 2016, 2020년 세 해 모두 비트코인 반감기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4분기에 유의미한 가격 상승, 그리고 그다음 해에 폭발적인 가격 상승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 연준이 4년 만에 금리를 인하했으며 추가 금리 인하 또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미 대선에서 해리스 후보가 낸 가상자산 친화 메시지 등도 9월 한 달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9월 말 헤즈볼라의 지도자가 제거되고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쏘는 등 중동 위기가 격화되자 비트코인 가격은 잠시 급락했지만, 10월 4일 발표된 미국의 고용 지표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며 ‘업토버’ 기대감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알트코인 불장’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등으로 고통스러웠던 2022년이 지나고 2023부터 가상자산 시장이 회복하면서 투자자들은 ‘알트코인 불장’의 재림을 기다려 왔다. 그러나 2023년부터 올해까지 상승의 주역은 현물 ETF가 승인된 비트코인이었고, 시가총액이 작아 비트코인보다 큰 상승폭이 기대되었던 알트코인들은 기대만큼 상승하지 못했다. 우후죽순 등장하고 사라지는 여러 밈코인들이 반짝 폭등을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상승을 시작한 9월 초부터 중대형 알트코인들도 의미 있는 상승폭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앱토스(APTOS)는 9월 19일 5.8달러에서 10월 5일 9.3달러까지 약 60% 상승, 수이(SUI)는 9월 17일 1달러에서 10월 3일 1.86 달러까지 약 85% 상승을 보였다. 인공지능 테마인 비트텐서(TAO)는 9월 7일 231달러에서 10월 1일 578달러까지 약 150% 상승했다. 지금까지의 밈코인 랠리와는 달리 시가총액 상위권의 알트코인들이 하나 둘씩 힘있게 상승하자 시장은 오랫동안 기다려 온 ‘알트코인 불장’이 드디어 왔다고 기뻐했다.

알트코인 랠리와 함께 시작한 ‘약속의 09시’

‘알트코인 불장’과 함께 ‘약속의 09시’도 돌아왔다. ‘약속의 09시’란 한국시간 오전 09시에 특정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가상자산 대호황이었던 지난 2021년에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을 만큼 나름 긴 역사를 자랑하는 현상이다.

현재 국내 5개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중 두 곳이 가격 등락률을 오전 09시에 초기화하고, 두 곳은 지난 24시간 기준 가격 등락률을 표시하며, 한 곳은 00시에 등락률을 초기화한다. 5개 거래소 모두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을 이름, 가격, 등락률, 거래대금 순으로 정렬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많은 투자자들이 현재 급등락 자산을 검색하기 위해 등락률순 정렬 기능을 사용한다. 09시에 급등하는 가상자산은 09시에 등락률을 초기화하는 거래소에서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으며, 일부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는 ‘09시 경주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상자산에 대한 사업적, 기술적 분석보다는 재미 위주의 단타성 투기를 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다.

국내 거래소 3곳에 상장되어 있는 L 종목은 9월 16일 09시에 59원으로 시작, 11시에 67원을 기록한 후 다음 날 07시에는 60원까지 내려왔다. 21일 09시에는 68원, 17시에 90원, 다음 날 08시에는 79원으로 돌아왔으며 23일 09시는 84원으로 시작해 10시에 95원, 13시에는 85원으로 돌아왔다.

국내 거래소 3곳에 상장되어 있는 H 종목은 9월 20일 09시에 610원으로 시작해 11시에 718원 고점을 기록한 후 다음 날 01시에 650원으로 내려왔고, 9월 25일 09시에는 658원으로 시작해 22시에 755원, 다음 날 00시에는 706원으로 내려왔다.

국내 거래소 2곳에 상장되어 있는 A 종목은 9월 29일 09시 585원으로 시작해 17시 722원까지 상승 후 10월 3일 500원까지 하락했다. 하락 동안에도 09시에 상승 시도가 관찰됐다.

국내 거래소 3곳에 상장되어 있는 C 종목은 10월 1일 09시에 157원, 11시 181원까지 상승 후 다음 날 05시에는 다시 157원으로 돌아왔으며, 4곳에 상장되어 있는 S 종목은 10월 1일 09시에 540원부터 상승을 시작해 20시에 576원 터치 후 다음날 07시 498원까지 하락했다.

이 다섯 종목의 공통점은 해당 일자 09시경에 거래량이 갑자기 증가하며 강하게 상승했다는 점, 그리고 갑작스러운 상승을 설명할 만한 호재가 없다는 것이다. 거래량을 동반한 강력한 상승은 호재가 공개되었거나 속칭 ‘지라시’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위 사례에서는 가격에 영향을 줄 만한 재료는 찾을 수 없었다. 즉, ‘알트코인 불장’ 기대감에 돌아온 투자자들의 ‘09시 경주마’ 놀이, 또는 인위적인 시세 부양 외에는 반복적인 09시 상승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순환펌핑’은 해외발인가, 국내발인가

사실 이 현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21년에도 있었지만, 작년 이맘때에도 이유 없는 가격 급등이 번갈아가며 일어나는 소위 ‘순환펌핑’ 현상이 있었다. 2021년 ‘순환펌핑’ 종목이 주로 김치코인 위주였다면 작년부터는 외국계 코인들 위주인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언급한 다섯 개 종목도 작년 ‘순환펌핑’ 현상의 단골 종목이었다.

변동성이 강하고 빠른 가상자산 시장이지만 현상의 이유에 대한 호기심은 있기 마련이다.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도 가격 급등락이 발생하면 여러 가지 분석이 오간다. 그러나 이런 ‘순환펌핑’ 현상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누군가 들어 올렸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거래소간 재정거래(아비트라지, arbitrage)가 흔한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가격 급등은 여러 거래소에서 동시에 이루어진다. 재정거래에는 주로 봇(bot, 자동매매 시스템)이 동원되어 실시간으로 시세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특히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분초 단위까지 동시에 시세가 움직인다. 그래서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바이낸스에서 ‘누군가 들어 올렸고’, 국내 거래소는 바이낸스 시세를 추종해 차트가 움직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상기한 L 종목은 지난 8월 26일 바이낸스에서 상장폐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L 종목 ‘펌핑’의 진원지는 바이낸스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상기한 다섯 종목 모두 바이낸스보다 국내 거래소에 훨씬 더 많이 입고되어 있다. 국내 거래소에 전체 유통량의 50% 이상이 입고되어 있는 종목도 있다. 가격 급등시 거래량 또한 바이낸스보다 국내 거래소가 더 큰 경우가 잦다.

‘09시 경주마’ 게임을 즐기는 투자자들이 우연히 가격을 급등시키는 것일까, ‘약속의 09시’를 기다리는 개미들을 노리고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들어 올리는’ 것일까.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해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