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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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 '쩐의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핵심 변수로 지목된 영풍정밀(고려아연 지분 1.85% 보유)을 선제적으로 담은 상장지수펀드(ETF)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는 두 진영의 지분 경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분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영풍정밀을 대거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투자 시에도 지배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ETF 운용역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은 11일 영풍정밀을 주목한 배경에 대해 "ETF에 영풍정밀을 편입할 당시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지분 가치가 1800억원 이상, 순현금은 500억원 이상이었다"며 "이 두 가지만 봐도 당시 (영풍정밀) 시가총액(1500억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20년간 영풍정밀의 영업흐름도 최대 수준이었기 때문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대비 저평가 매력이 매우 풍부했다"고 부연했다.

김 팀장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기업 탐방왕'으로 불린다. 지난 11년간 1200곳 이상의 기업을 탐방했고, 이중 600~700곳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기업 변화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김 팀장은 소개했다.

그가 운용하는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가 풍부한 기업 중 지배구조나 자본정책 변화로 주주환원율 상승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주목한다. 이 ETF의 최근 한 달간(지난 8일 기준) 수익률은 약 8%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후인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는 1만2565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ETF는 세아제강지주 영원무역홀딩스 더블유게임즈 골프존 쿠쿠홀딩스 영풍정밀 등을 담고 있는데, 구성 종목 44%가 경영진 세대 교체 시점과 맞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팀장은 지난해부터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이후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지분 1.85% 보유한 영풍정밀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3대째 공동경영을 하고 있지만, 양쪽의 지분율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여러 갈등들이 이미 지난해 주주총회 때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양가 쪽 사람들이 장내 매수를 수년간 지속하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 경영권 발발 시점에는 해당 ETF가 영풍정밀(비중 약 3.5%)을 가장 많이 보유했고, 분쟁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비중이 7% 후반까지 늘었다"며 "영풍정밀을 아주 미미하게 보유한 펀드·ETF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가 유일하게 영풍정밀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ETF는 영풍정밀의 보유 비중을 축소한 상태다. 영풍정밀의 내재 가치가 고평가 영역에 들어갔고, 분쟁으로 인한 가격 효과도 후반부로 보인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주주환원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경 DB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주주환원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경 DB
앞으로도 국내 자본시장은 주주환원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상향의 질적 성장을 보일 것으로 김 팀장은 예상했다. 이에 △3년 내 배당수익률 10% 이상 높아질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를 겪는 기업 △자본 배분의 큰 변화를 결정하는 기업 등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김 팀장은 "영풍정밀과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반복해서 나타날 것"이라며 "지배구조나 자본 배분 변화를 통해 나타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향후 3년 내 국내 모든 기업들이 주주환원율을 30% 이상으로 높여갈 것"이라며 "그것은 목표점이 아닌 시작점이고, 그 과정에서 지배구조의 변화나 막대한 주주환원 성장을 누리는 기업들에 (펀드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