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타시는데 어딜'…전용 엘리베이터 '황당 의전' [관가 포커스]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10일 오전. 국감이 열린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엘리베이터엔 운행 제한을 알리는 게시문(사진)이 곳곳에 붙여져 있었다. 점심시간(12시~14시)과 저녁시간(18시30분~20시30분)에 직원들의 탑승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유가 뭘까. 국회 기재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중앙동 15층 구내식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 때 의원들만 전용으로 해당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감이 열리는 4층에서 식당이 있는 15층으로 중간층을 거치지 않고 의원들이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다른 층의 운행도 전면 제한했다.

게시문엔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반대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내용이 적혀 있었다. 중앙동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구역이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을 사실상 국회의원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1000명이 넘는 직원들 뿐 아니라 이 곳을 찾은 민원인 등 시민들은 한 구역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만 북적이면서 탑승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감장에서 4층 엘리베이터 탑승 구간까지는 곳곳에 의원들을 위한 오·만찬장 안내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었다. 직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과잉 의전’이라고 지적했다.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의원들이 식사할 때 편안히 이동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구태의연한 발상”이라며 “정작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및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건 과잉 의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도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는 17대 국회에서 사라졌다. 이날 의원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를 운영해 달라는 국회측의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감 기관인 기재부가 자발적으로 의원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를 운행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감 일정 때문에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동에서 함께 근무하는 행정안전부의 의전을 벤치마킹해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했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해 10월 국감 당시 민원동 엘리베이터 운행을 제한했다가 본지 기사가 보도되자 서둘러 운행 제한 조치를 풀었다.

뿐만 아니라 기재부는 소속 공무원들 대상으로 국회의원들의 식사에 방해될 수 있으니,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전 국감 종료 예정인 12시 전에 구내식당에서 모든 식사를 마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 역시 국회 측의 요청이 아닌 기재부의 자발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