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우상용차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인도 재벌 타타그룹을 세계적 기업으로 일군 라탄 타타 명예회장이 86세를 일기로 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타타그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타타 회장이 "타타그룹과 인도에 기여한 비범한 지도자"였다고 추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인도 뭄바이 남부의 브리치 캔디 병원에서 사망했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는 이번 주 해당 병원에 입원한 뒤 집중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탄 타타 회장은 1937년 12월 인도 뭄바이에서 타타그룹 창업자인 잠셋지 타타의 증손자로 태어났다. 미국 코넬대에서 건축과 구조공학 학위를 취득한 이후 인도로 돌아와 1962년에 타타 그룹의 모기업인 타타인더스트리즈에 입사했다. 그는 1991년 삼촌인 JRD 타타의 뒤를 이어 타타그룹 지주회사인 타타선즈 회장에 취임했다.

타타 회장은 타타그룹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기업가로 꼽힌다. 그가 타타그룹을 이끌던 1991년과 2012년 사이 타타그룹 매출은 연 매출 58억달러에서 1000억달러 이상으로 뛰며 17배가량 성장했다. 해외 기업 인수에도 적극적이었다. 2000년 영국 홍차 기업인 테틀리, 2007년 영국-네덜란드 철강 회사인 코러스, 2008년 영국 고급 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 등을 인수했다. 2004년에는 한국의 대우상용차를 인수해 타타대우상용차로 사명을 바꾸기도 했다.

타타 회장은 인도에서 집집마다 자동차를 살 수 있는 '마이카' 시대를 급진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타 모터스는 1998년 출시한 최초의 인도 해치백(트렁크와 실내가 연결되는 자동차)인 '타타 인디카'를 출시하고 2004년 후반에는 유럽과 아프리카에도 수출했다. 2008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경영 철학에 따라 저가차 '타타 나노'를 출시했다. 당시 한화로 약 250만원에 판매된 이 차량은 '지구에서 가장 저렴한 차'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나, 나노는 중산층의 외면을 받으며 2019년 생산이 중단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

인도 정·재계 인사들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인도 경제지 민트는 그를 '타타와 인도 기업을 국제화한 인물'이라 평가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그를 "그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망있는 기업에 안정적인 리더십을 제공했다"며 X(옛 트위터)를 통해 애도했다. 인도 의회는 성명을 통해 "인도 산업의 거물이자 인도 기업 환경을 형성한 자선가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