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를 진행한) 모든 단백질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나만 꼽고 싶진 않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코로나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한 단백질을 언급할 수 있다."

지난 9일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베이커 미 워싱턴대 교수의 수상 소감 중 일부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 발표 후 기자회견장과 연결한 전화인터뷰에서 베이커 교수는 자신이 연구한 단백질이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이어진 것에 대해 언급했다. 해당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한 스카이코비원이다.

스카이코비원에 대한 베이커 교수팀의 애정은 그가 속한 워싱턴대 의대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도 드러났다.

워싱턴대 의대는 이날 베이커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알리는 자료를 통해 그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워싱턴대는 스카이코비원을 "안전하고 적은 용량으로도 효과를 내는 2세대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소개했다. 만들기 쉬운데다 냉동 보관하지 않아도 돼 백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러스벡터 방식과 달리 스카이코비원은 단백질 재조합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워싱턴대 의대 단백질설계연구소(IPD)에서 설계한 단백질 나노입자다. 데이비드 비슬러 워싱턴 의대 교수와 렉시 웰 수석 연구원, 네일 킹 교수등이 개발에 참여했다.
워싱턴대 의대
워싱턴대 의대
워싱턴대에서 스카이코비원 백신에 활용한 기술은 딥러닝을 적용한 단백질 구조예측 분석 프로그램인 '로제타폴드'다. 베이커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연구 성과다.

로제타폴드를 활용한 백신 플랫폼 개발이 시작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지 전인 2016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당시 워싱턴대는 백신 기술을 로열티 없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대는 독감 예방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선사한 단백질을 만드는 플랫폼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