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글로벌"… 위기의 K-영화 돌파구 보여준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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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세일즈 마켓 성황
한국 콘텐츠 보러 온 해외 바이어 각축전
할리우드 영화인도 부산 찾아 K콘텐츠 고평가
넷플릭스 물량공세·CJ 대규모 투자 약속
한국 콘텐츠 보러 온 해외 바이어 각축전
할리우드 영화인도 부산 찾아 K콘텐츠 고평가
넷플릭스 물량공세·CJ 대규모 투자 약속
“좋은 영화, 훌륭한 감독과 배우들, 많은 관객이 모여야 영화제가 성공하죠. 그렇지만 사실 국제영화제의 성패는 필름마켓이 좌우해요. 칸 영화제가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꼽히는 건 세계 최대 필름마켓이 함께 열리고, 글로벌 영화계가 인사이트를 나누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올해 부산의 분위기는 좋네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한창인 지난 5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은 전국에서 모인 씨네필(영화애호가)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영화제 거점인 이곳 상영관과 야외광장에서 초청작이 줄상영되고, 영화인과 관객이 만나는 오픈 토크가 열렸기 때문이다. 영화제의 뜨거운 열기는 같은 시간 BIFF 배지를 단 다국적 인파가 들이닥친 영화의전당 인근 벡스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영화판권, 콘텐츠IP(지식재산권)를 놓고 경쟁하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을 찾은 전 세계 영화산업 관계자들로 붐비면서다.
30개국 253개사 세일즈·네트워킹 각축전
ACFM은 영화부터 영상·웹툰·스토리 등 콘텐츠 원천 IP를 대상으로 기획부터 제작·투자·판권 거래까지 한꺼번에 아우르는 BIFF의 주요 비즈니스 행사다. 홍콩 필마트, 도쿄필름마켓(TIFFCOM)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콘텐츠 마켓이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이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허브로 발돋움한 것과 맞물려 몸집을 키워 왔는데, 올해는 30개 국가에서 253개사가 전시부스를 꾸렸다. 이날 둘러본 ACFM에선 ‘극장의 위기’를 넘어 ‘영화의 위기’까지 거론되는 한국 영화시장이 만성적 불황을 탈출할 실마리가 제시됐다. 흥행 양극화로 극장이 활력을 잃고 현재 촬영되는 영화가 고작 20여 편에 불과할 정도로 제작·투자마저 얼어붙은 상황에서 국내 영화·시리즈 IP의 글로벌 진출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빠른 회복력을 보이는 해외 영화시장에서 한국 영화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ACFM엔 이탈리아와 영국이 단독 국가관을 신설해 한국 영화인들과 만났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베트남 등도 국가관을 열었다. 자국 영화를 한국에 알리려는 목적도 있지만,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영화뿐 아니라 미공개 작품까지 발 빠르게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쇼박스, 콘텐츠판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영화·콘텐츠사들의 부스엔 해외 바이어들이 눈에 띄었고, 마켓 개막 첫날인데도 미팅 테이블은 빼곡이 들어찼다. 11개 영화사가 마켓에 참여한 이탈리아관 관계자는 “한국 영화시장의 수준이 높다”고 했다.
할리우드도 부산행…넷플릭스도 물량공세
올해 BIFF에선 ACFM 바깥에서 벌어진 장외전도 눈에 띄었다. 월트 디즈니,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워너브라더스, 넷플릭스, 아마존 등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영화인들이 모인 미국 MPA(미국영화협회)가 해운대의 한 특급호텔에서 연 포럼이 대표적.
‘성공의 비밀: K-파워’라는 제목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MPA는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의 60%가 최소 하나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한국 영화·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영화 ‘엘비스’ 제작자인 스카일러 와이스는 “K콘텐츠 산업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해외 제작자들도 한국과 협력해 더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BIFF를 맞아 부산에 모인 국내외 주요 업체들도 한국 영화·콘텐츠 시장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며 한국영화 생태계 정상화를 약속했다. 최근 일본과 동남아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키우고 있는 넷플릭스는 지난 4일 부산에서 내년 7편의 한국영화 라인업을 선보였다. 대형 영화사의 1년 개봉 물량에 버금가는 숫자로, 애니메이션부터 멜로드라마 등 장르도 다양화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의 큰형님 격인 CJ는 부산에 CJ ENM, CJ CGV, 스튜디오드래곤, 티빙(TVING) 등 콘텐츠·미디어 사업을 벌이는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총출동한 포럼을 열고 국내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해법으로 ‘극장과 OTT의 칸막이 제거’를 제시했다.
BIFF가 개막작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전, 란’을 선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상현 CJ ENM 대표는 “연간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지속해 K콘텐츠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며 “영화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유승목/최다은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한창인 지난 5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은 전국에서 모인 씨네필(영화애호가)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영화제 거점인 이곳 상영관과 야외광장에서 초청작이 줄상영되고, 영화인과 관객이 만나는 오픈 토크가 열렸기 때문이다. 영화제의 뜨거운 열기는 같은 시간 BIFF 배지를 단 다국적 인파가 들이닥친 영화의전당 인근 벡스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영화판권, 콘텐츠IP(지식재산권)를 놓고 경쟁하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을 찾은 전 세계 영화산업 관계자들로 붐비면서다.
30개국 253개사 세일즈·네트워킹 각축전
ACFM은 영화부터 영상·웹툰·스토리 등 콘텐츠 원천 IP를 대상으로 기획부터 제작·투자·판권 거래까지 한꺼번에 아우르는 BIFF의 주요 비즈니스 행사다. 홍콩 필마트, 도쿄필름마켓(TIFFCOM)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콘텐츠 마켓이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이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허브로 발돋움한 것과 맞물려 몸집을 키워 왔는데, 올해는 30개 국가에서 253개사가 전시부스를 꾸렸다. 이날 둘러본 ACFM에선 ‘극장의 위기’를 넘어 ‘영화의 위기’까지 거론되는 한국 영화시장이 만성적 불황을 탈출할 실마리가 제시됐다. 흥행 양극화로 극장이 활력을 잃고 현재 촬영되는 영화가 고작 20여 편에 불과할 정도로 제작·투자마저 얼어붙은 상황에서 국내 영화·시리즈 IP의 글로벌 진출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다 빠른 회복력을 보이는 해외 영화시장에서 한국 영화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ACFM엔 이탈리아와 영국이 단독 국가관을 신설해 한국 영화인들과 만났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베트남 등도 국가관을 열었다. 자국 영화를 한국에 알리려는 목적도 있지만,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영화뿐 아니라 미공개 작품까지 발 빠르게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쇼박스, 콘텐츠판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영화·콘텐츠사들의 부스엔 해외 바이어들이 눈에 띄었고, 마켓 개막 첫날인데도 미팅 테이블은 빼곡이 들어찼다. 11개 영화사가 마켓에 참여한 이탈리아관 관계자는 “한국 영화시장의 수준이 높다”고 했다.
할리우드도 부산행…넷플릭스도 물량공세
올해 BIFF에선 ACFM 바깥에서 벌어진 장외전도 눈에 띄었다. 월트 디즈니,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워너브라더스, 넷플릭스, 아마존 등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영화인들이 모인 미국 MPA(미국영화협회)가 해운대의 한 특급호텔에서 연 포럼이 대표적.
‘성공의 비밀: K-파워’라는 제목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MPA는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자의 60%가 최소 하나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한국 영화·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영화 ‘엘비스’ 제작자인 스카일러 와이스는 “K콘텐츠 산업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해외 제작자들도 한국과 협력해 더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BIFF를 맞아 부산에 모인 국내외 주요 업체들도 한국 영화·콘텐츠 시장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며 한국영화 생태계 정상화를 약속했다. 최근 일본과 동남아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키우고 있는 넷플릭스는 지난 4일 부산에서 내년 7편의 한국영화 라인업을 선보였다. 대형 영화사의 1년 개봉 물량에 버금가는 숫자로, 애니메이션부터 멜로드라마 등 장르도 다양화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의 큰형님 격인 CJ는 부산에 CJ ENM, CJ CGV, 스튜디오드래곤, 티빙(TVING) 등 콘텐츠·미디어 사업을 벌이는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총출동한 포럼을 열고 국내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해법으로 ‘극장과 OTT의 칸막이 제거’를 제시했다.
BIFF가 개막작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전, 란’을 선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상현 CJ ENM 대표는 “연간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지속해 K콘텐츠 생태계를 선도하겠다”며 “영화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유승목/최다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