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했던 韓 땅에 닿은 오페라, 이렇게 시작됐다
해방 이후 나라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1948년, 테너 이인선이 기획한 오페라 '춘희'가 국내 초연되며 한국 오페라의 역사가 시작됐다. 80년의 세월을 거치며 서양에서 온 오페라는 한국에서도 자연스러운 공연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척박했던 시기, 어떻게 오페라가 한국에 자리잡게 됐을까. 한국오페라역사박물관이 한국 오페라의 첫 걸음을 돌아보는 전시 '한국 오페라 첫 15년의 궤적 1948~1962'를 연다. 이달 10일부터 내년 3월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1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22년 설립한 오페라역사박물관은 한국 오페라 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해 1000여 점의 자료를 확보했다. 추진위는 전국에 흩어진 음악가의 후손과 관계자 등을 통해 오페라 역사에 의미 있는 자료들을 기증받아 확보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선보이는 작품은 초기 15년 시기의 자료 47점이다. 오페라역사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한국 오페라 역사를 시기별로 조명하는 전시를 이어간다.
척박했던 韓 땅에 닿은 오페라, 이렇게 시작됐다
박수길 공동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1950년대 자료는 상당 부분 소실돼 구하지는 못했지만, 꽤 많은 자료를 기증받거나 구입했다"면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 많은 자료가 모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1968년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데뷔한 한국을 대표하는 테너다. 국립오페라단 단장과 한양대 음악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한국 최초의 오페라 '춘희'(라 트리비아타) 프로그램 북이다. 1948년 국내 초연된 한국 최초의 베르디 오페라 춘희는 당시 조선오페라협회가 무대에 올렸으며 한국인 주도로 열린 최초의 오페라로 기록돼 있다.

'춘희' 관련 자료는 당시 공연 기획과 제작을 맡은 테너 이인선의 유족이 보관하고 있다가 박물관에 기증했다. 박물관 측은 이인선의 유족을 어렵게 찾아 수차례 설득한 끝에 춘희 관련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1950년 1월 한국에서 초연된 오페라 '카르멘'의 프로그램 북도 만날 수 있다. 이 역시 이인선 유족의 도움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춘희'와 '카르멘', '춘향전'의 프로그램 북 원본이 취재진에게 공개됐다. 보관 상태가 좋지않아 전시장에는 사본을 전시해놓은 상태다.

한국 최초의 창작 오페라는 1950년 초연한 현제명 작곡의 ‘춘향전’이다. 춘향전은 1951년 6·25 전쟁 중 대구에서 처음 공연됐다. 전시에서는 춘향적 프로그램 북도 살펴볼 수 있다.

1950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춘향전'은 이듬해 유엔(UN)군의 후원으로 대구에서 재연됐다.
손 교수는 "초연 때 자료는 입수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재연 자료를 입수했다"면서 "프로그램 북에는 전쟁의 여파로 초연출연자들과 재연 출연자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설명이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척박했던 韓 땅에 닿은 오페라, 이렇게 시작됐다
박물관 측은 "2027년까지 경기도 과천에 박물관 건물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물관 건립은 공동대표를 맡은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회장이 추진한다. 오페라 애호가인 성 회장은 "서울에서 자료들을 보관하고 전시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단체들과 계속 협의 중"이라며 "상황이 안 되면 경기 과천 일대에 약 3300㎡ 면적의 땅을 확보해 박물관을 개관하려 한다"고 밝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