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탈리아의 또 다른 유혹
얼마 전 주빈국인 이탈리아를 대표해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방송과 소문으로만 알던 유명 인사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산악인 알렉스 벨리니였다.

산악인이자 험지 탐험가로 유명한 벨리니는 말 그대로 아이코닉한 인물이다. 덥수룩한 수염이 얼음으로 뒤덮인 채, 자신이 횡단한 전 세계 수많은 바다처럼 새파란 눈으로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사진을 접한 분도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는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일어난 수많은 모험과 탐험 이야기로 가득한 나라다. 이탈리아에는 산맥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돌로미티산맥은 해발고도가 매우 높아 오랫동안 이탈리아반도 북쪽 국경의 천연 요새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터널을 통해서 다른 유럽 국가와 이탈리아를 이어주는 중요한 교역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한다.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이 한 해 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이탈리아 관광 인기가 높다. 산악 관광에도 관심이 크다. 한국에 와서 알게 된 친구를 만나면 이탈리아에서 어떤 곳을 방문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알려주고 싶어 한다. 그중에 산악 관광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다고 이야기하는 이도 꽤 많다. 아름다운 풍광과 산악지대 사람들의 애정과 열정. 나는 한국과 이탈리아가 이런 측면에서도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산악지대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따스함이 있다.

가파른 경사나 험한 암벽 등반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관광객도 이탈리아의 산을 만끽할 수 있다. 이탈리아를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아펜니노산맥은 산세가 완만하고, 지역 고유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의 산악 관광지다.

마지막으로 트레킹 애호가들이 기뻐할 만한 소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리구리아 친퀘테레에 있는 ‘사랑의 길(Vie dell Amore)’이 12년 만에 재개장했다는 소식이다. 약 1㎞ 길이의 이 해안 절벽 길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으로 유명하다.

최근 관광이나 사업, 학업을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나는 마음속으로나마 다양한 이유로 이탈리아를 찾는 모든 이와 동행하고 싶다. 이런 방문을 통해 서로를 더욱 잘 알게 되고, 상대방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나는 주한 이탈리아 대사지만, 단순히 한국에 이탈리아를 알리는 대사에 머물고 싶지 않다. 오히려 놀라움으로 가득한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탈리아에 알리는 한국의 대사가 되고자 하는 바람이다. 그것은 일단 한 번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탈리아인의 마음속 깊이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내가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