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가 2년 연속 역성장 위기에 빠졌지만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이어지면서 내년 단체 교섭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이 난관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독일 최대 노동조합 ‘베르디’는 내년 1월 단체 교섭에서 공공 부문 근로자 임금을 8%가량 올려달라고 사측에 요구할 예정이다. 이날 프랑크 베르네크 베르디 회장은 “임금 인상에 관한 단체 교섭은 구매력을 강화하고 국내 수요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임금 인상이 독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조업 근로자는 임금 약 7%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급여 인상 외에도 휴일 추가와 근무 시간의 유연성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공공 서비스 종사자가 독일의 중추”라며 “공정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노조의 요구 사항은 많고 지자체 예산은 여유가 없다”며 임금 인상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독일 정부가 공공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에 난감해하는 것은 독일 경제가 2년 연속 역성장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독일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0.2% 감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만 해도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올해 독일 경제가 0.3%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성장률이 하향 조정했다. 독일 GDP는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0.3% 줄었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2002~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제조업 기반인 독일 경제는 최근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 전문 법률 자문회사 웨일은 “유럽 회사들은 2020년 9월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이 중 독일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