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테크 기업 CEO가 '아이돌'이 돼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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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CEO 기술 전도사 자처
韓 경영자도 인재육성 동참해야
강경주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韓 경영자도 인재육성 동참해야
강경주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기계공학은 현대 문명의 기틀을 다진 ‘근본 학문’으로 통한다. 이 분야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스탠퍼드와 함께 ‘빅3’로 평가받는 대학이 네덜란드에 있다. 대학 평가기관 쿼카렐리시몬즈(QS)는 올해 전 세계 공대 기계공학과 순위를 매기면서 델프트 공대를 3위에 올렸다. KAIST는 39위, 서울대는 48위다.
세계적인 공대를 보유한 네덜란드에도 차세대 공대 인재 육성은 절박한 과제다. 유럽 곳곳에서 반이민 정서가 퍼지면서 이민을 통한 인재 유입이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구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기자와 만난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에인트호번 공대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기술적 영감’을 주려고 직접 연설했다”고 말했다. 인재가 반도체 분야로 유입되도록 CEO가 과감히 나서 ‘반도체 전도사’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대만도 네덜란드 못지않게 공학 인재 육성에 진심인 곳이다. 이 나라엔 길바닥에 차이는 게 공학도라는 말도 있다. 대만이 배출한 ‘반도체 슈퍼스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현지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황 CEO는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공학적 비전을 심는다.
지난 6월 1일 타이베이 닝샤 야시장에 황 CEO, 모리스 창 TSMC 설립자, 릭 차이 미디어텍 CEO가 함께 나타나 대만 굴전인 ‘어아젠’ 먹방을 찍으며 학생들과 만났다. 야구경기 시구자로 나선 자리에선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의 중심에 있는 대만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선 “대만은 AI의 영웅이자 세계의 기둥”이라며 “엔비디아는 대만에서 시작했다”고 말해 대만인의 심장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강소국이 가질 수 있는 무기는 과학기술뿐이다. ASML과 엔비디아조차 CEO가 인재를 위해 직접 뛴다. 우리는 어떤가. 딱히 떠오르는 슈퍼스타 CEO가 없다. 의대를 위한 정거장으로 전락한 공대를 살리려면 CEO가 나서 기술이 왜 중요한지 경험담을 들려줘야 하지만 한국 기업 CEO들은 실무자 뒤에 숨어 인재가 없다며 푸념만 늘어놓는다.
국정감사 때마다 정치권에 시달린 탓에 소통을 꺼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젠 변해야 한다. 인재 영입만큼은 뒷짐질 일이 아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 국내 반도체 인력이 5만4000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후 로드맵을 짜는 ASML과 AI 시대를 호령하는 엔비디아도 CEO가 절박한 심정으로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우리도 저들처럼 CEO가 나서는 건 어떨까. 그 자체로 이공계 경쟁력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세계적인 공대를 보유한 네덜란드에도 차세대 공대 인재 육성은 절박한 과제다. 유럽 곳곳에서 반이민 정서가 퍼지면서 이민을 통한 인재 유입이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구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기자와 만난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에인트호번 공대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기술적 영감’을 주려고 직접 연설했다”고 말했다. 인재가 반도체 분야로 유입되도록 CEO가 과감히 나서 ‘반도체 전도사’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대만도 네덜란드 못지않게 공학 인재 육성에 진심인 곳이다. 이 나라엔 길바닥에 차이는 게 공학도라는 말도 있다. 대만이 배출한 ‘반도체 슈퍼스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현지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황 CEO는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공학적 비전을 심는다.
지난 6월 1일 타이베이 닝샤 야시장에 황 CEO, 모리스 창 TSMC 설립자, 릭 차이 미디어텍 CEO가 함께 나타나 대만 굴전인 ‘어아젠’ 먹방을 찍으며 학생들과 만났다. 야구경기 시구자로 나선 자리에선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의 중심에 있는 대만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선 “대만은 AI의 영웅이자 세계의 기둥”이라며 “엔비디아는 대만에서 시작했다”고 말해 대만인의 심장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강소국이 가질 수 있는 무기는 과학기술뿐이다. ASML과 엔비디아조차 CEO가 인재를 위해 직접 뛴다. 우리는 어떤가. 딱히 떠오르는 슈퍼스타 CEO가 없다. 의대를 위한 정거장으로 전락한 공대를 살리려면 CEO가 나서 기술이 왜 중요한지 경험담을 들려줘야 하지만 한국 기업 CEO들은 실무자 뒤에 숨어 인재가 없다며 푸념만 늘어놓는다.
국정감사 때마다 정치권에 시달린 탓에 소통을 꺼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젠 변해야 한다. 인재 영입만큼은 뒷짐질 일이 아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 국내 반도체 인력이 5만4000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후 로드맵을 짜는 ASML과 AI 시대를 호령하는 엔비디아도 CEO가 절박한 심정으로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우리도 저들처럼 CEO가 나서는 건 어떨까. 그 자체로 이공계 경쟁력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