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티지' 쫓아야 돈 번다…美 AI 인프라株 2년은 더 상승"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사진=이시은 기자
“미국의 전력업체 컨스털레이션에너지는 20년간 애널리스트 ‘바이콜(buy call)’이 한 번도 없던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 올해 주가 상승률이 142%에 달합니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10일 “인공지능(AI) 투자 ‘붐’의 수명은 아직 2~3년이 남았다”며 “‘쇼티지(공급 부족)’가 이어질 미 인프라 상장사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짚었다. 정보기술(IT)·바이오 벤처캐피털(VC) 대표인 그는 대중에겐 유튜브 채널 ‘IT의 신’ 운영자로 더 익숙히 알려진 인물이다. 구독자 11만 명을 대상으로 독자 분석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 투자 정보를 전달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넥스트 엔비디아', 전력株에 달렸다

하반기 IT 업종 투자심리는 연초 분위기와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 8월부터 30% 등락을 거친 엔비디아 주가는 시장에 ‘AI 고점론’을 불러일으켰고, 전문가들 갑론을박은 길어졌다. 상반기까지 꼬박 1년 반 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 장세가 워낙 뚜렷했던 만큼, 반작용은 컸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중요했던 지표는 사실 실적보다 매출 증가율”이라며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엔비디아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각각 265%와 262%였는데, 2분기 이 수치가 122%로 둔화하며 AI 관련주 내에서도 투자의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이 마무리되는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이미 주도주가 옮겨갈 기미는 포착됐고, 지표가 현실화하자 국내외 HBM 관련주를 둘러싼 기대까지 꺾였다고 했다.

그는 “빅테크가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는 만큼 AI 업종 잠재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며 “다만 HBM 이후 ‘온디바이스 AI’로 흐를 것 같았던 자금들이 칩 성능 부족 문제를 맞닥뜨리며 전력 인프라에 제대로 몰려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향후 15년간 데이터센터에 1500억달러(약 202조30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MS)가 6년간 1000억달러(약 134조9000억원)를 쏟아붓는다는 소식이 부각하며 기대주들도 속속 중심 무대로 향했다. 이 대표는 “인터넷이 처음 등장할 때도,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할 때도 라우터 장비를 만드는 시스코나 터치스크린 패널을 만드는 멜파스 등 제반 인프라 업체들 주가가 폭등했다”며 “단기적으로 컨스털레이션에너지, 넥스트에라에너지 같은 전력 업체들이 주가 상승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 반도체 검사장비株 기회"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이 대표는 이들뿐만 아닌, 2027년까지 AI 인프라 관련 종목 사이에서 주도주가 번갈아 가며 출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통상 대형 기술 혁신이 일어날 땐 10년의 관련주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하지만, 이것이 10년 동안 주가가 계속 치솟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첫 5년간, 공급 부족 테마별로 2~3년의 급등기가 나타나는 점을 숙지하고 초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력 업체의 호황 이후엔 태양광 업체 퍼스트솔라, 엔페이즈에너지 같은 업체들이 시장 주목을 본격적으로 받을 수 있고,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상장사인 플루언스에너지로도 관심이 옮겨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호재를 제대로 이어받지 못했던 온디바이스 AI 관련주 도약 기회는 내년 상반기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온디바이스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내년 가을 아이폰17 출시에 앞서 제대로 된 성능 향상 기대감을 보일 수 있다면, 국내외 반도체 검사장비부터 주가가 들썩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온디바이스 AI용 HBM은 ‘VFO(수직팬아웃)’ 또는 ‘VCS(수직구리적층)’등이 있는데, 칩이 작아 더 복잡한 구조가 필요하다”며 “자연히 제품 검사 역량이 중요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해외에서는 온투이노베이션과 캠텍, 국내선 인텍플러스 오로스테크놀로지 넥스틴 등 관련주의 수혜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산 배분은 미국에 더 집중할 것을 추천했다. 국내 증시와 기초 체력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금융자산의 최소 30% 정도는 미국에 투자해야 유리하다”며 “국내 자산 매력도가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미국은 ‘매그니피센트7’(M7)을 위시해 ARM홀딩스, 브로드컴 등 '골드 러시'(Gold Rush) 시대 청바지와 곡괭이 파는 회사가 이미 가득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공급 부족 수혜 업종을 일일이 분석하고 따라가기 힘들다면, 이들 IT 대형주를 담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장기 투자하는 것도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