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미국 중앙은행(Fed)이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빅컷을 또다시 택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사라졌다. 지난달 빅컷을 결정했을 당시 내부에서 빅컷과 베이비컷(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두고 공방이 치열했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 데다 올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안정적으로 나타나면서다.

○시장의 예상 소폭 웃돈 9월 CPI

예상 부합한 美 9월 물가…'빅컷' 기대 사라져
10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 9월 CPI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 상승했다. 2021년 2월 이후 3년7개월 만의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2.3%)를 소폭 웃돌았다. 전월과 비교해선 0.2% 상승해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치(0.1%)보다 높게 나타났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했다. 근원 CPI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각각 0.1%포인트 웃돌았다.

블룸버그통신은 “9월 CPI가 시장의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지만 FOMC의 정책 전망을 실질적으로 변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마이클 브라운 페퍼스톤 수석투자전략가는 “예상보다 강력한 9월 일자리 보고서에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완화를 감안할 때 올해 남은 두 차례 FOMC 회의에서 각각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며 “이런 인하 주기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9일 공개된 지난달 FOMC 의사록에 따르면 Fed가 빅컷을 결정하긴 했지만 빅컷이냐, 스몰컷이냐를 두고 마지막까지 위원들은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일부 위원은 제약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점진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록은 “일부(some)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선호한다고 언급했으며 소수(a few)의 다른 위원은 그런 결정을 지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Fed는 지난달 18일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종전 연 5.25~5.5%에서 연 4.75~5.0%로 0.5%포인트 인하하며 통화 완화 사이클에 들어섰다. FOMC 위원 19명 중 금리 결정 투표권이 있는 위원은 12명이다. 이 중 미셸 보먼 Fed 이사만 빅컷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지난달 FOMC 의사록을 보면 투표 전 논의 과정에서 상당수 위원이 스몰컷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경제 진단과 향후 전망에서 위원들 간 의견이 서로 달랐다는 의미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는 1년여 만에 최대

한편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주 1년여 만에 최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9월 29일~10월 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5만8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3만3000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규 청구 건수는 지난 7월 30일~8월 5일(25만8000건) 후 가장 높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23만 건)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주간 단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급증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데 베팅했다. Fed 위원들이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어서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면 전체적으로 과도한 수요가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계하며 “금융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금리 인하 행보를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역시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늦게 완화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추가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9월 CPI 발표 후 다음달 스몰컷 전망은 대세로 자리잡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올 9월 CPI 발표 직후 11월 FOMC 회의에서 Fed가 0.25%포인트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88.4%로 보고 있다. 0.50%포인트 내릴 가능성은 제로(0), 동결할 가능성은 11.6%로 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