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1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를 향해 또다시 ‘경제폭망론’을 꺼내 들었다. 현 정부 들어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세수, 재정, 물가 등 각종 지표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누적된 각종 위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맞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엔 위기 상황이었다”며 “국민과 국회, 정부가 같이 노력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총생산(GDP)으로 보면 전체적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데 내수 부문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경제 책임론을 제기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다”며 “현 정부는 달나라에 사는 사람들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 기재부 2차관을 지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역대급 저성장과 재정 파탄 등 정책 실패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현 정부 출범 후 2년간 170조원 적자를 기록했고, 물가상승률은 평균 4%로 문재인 정부의 세 배 수준으로 폭등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국채 발행은 과거 정부부터 누적돼 온 것들이며,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 펑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위기에 빠졌던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야당 의원들이 제시한 통계 수치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3%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 말기 때부터라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11월 3.8%로 상승한 뒤 매달 급등해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달인 이듬해 5월엔 5.3%까지 치솟았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12조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2021년에도 90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확장 재정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국가 채무 규모도 문재인 정부 첫해 660조원에서 마지막 해인 2022년 1067조원으로, 400조원 이상 늘었다.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가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효과를 발표하면서 누적법 대신 통계를 왜곡하는 순액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순액법은 올해 세금이 직전연도에 비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따지는 방식인 반면 누적법은 기준연도와 비교해 매년 세금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따진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때 항상 순액법 기준으로 세수 증감 효과를 매겼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국세 수입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한다면 누적법으로 세수 증감액을 판단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재부는 세법 개정안을 매년 발표할 때마다 누적법을 활용하면 세수가 크게 감면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