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폴드의 탄생은 게임에서 시작됐다.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2008년 워싱턴대 게임과학센터 연구자들과 함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퍼즐 게임 ‘폴딧’을 출시했다.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시민 과학으로 꼽히는 성과다. 지금까지 40만 명 이상이 게임을 했고, 이들 중 일부는 베이커 교수가 출판한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10년 넘게 난제로 남았던 에이즈 바이러스와 관련된 단백질 구조를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베이커 교수는 “서로 공유해야 과학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며 “혁신은 이미 이룬 성과를 기반으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베이커 교수는 매년 ‘로제타콘’이라는 이름의 학회를 열어 전 세계 연구자들이 만날 수 있게 돕는다.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 몸담고 있거나 그의 연구실을 거쳐간 수백 명의 연구자가 한데 모여 1주일간 교류하는 행사다.

로제타폴드의 모든 소스를 무료로 공개해 학계 및 산업계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한 것도 그의 ‘오픈 사이언스’ 철학에서 비롯했다. 경쟁작으로 평가받는 알파폴드가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그는 “완전히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는 데 기쁨을 느낀다”며 “정부 자금을 기반으로 운영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워싱턴대 단백질디자인연구소에서 스핀오프한 회사는 21곳이다. 베이커 교수와 개발한 기술이 창업 기반이 됐다. 베이커 교수는 계속 학교에 머무르며 후학 양성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직접 회사를 운영할 생각은 없다”며 “학생들이 훌륭한 성과를 내도록 도우며 혁신의 토대에 있겠다”고 했다.

시애틀=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