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가 처음 생겼을 때 혼잡시간이나 새벽 시간에도 택시를 잡기 편하게 됐다며 좋아했죠. 경쟁사들이 생기면서 승차거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는데요.

언제부터인가 '혼잡시간대 택시 잡기 어려운 건 카카오T가 나오기 전과 마찬가지'라는 불만이 느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T가 경쟁사 대부분을 죽이고, 사실상 독점업체가 됐기 때문은 아닐까요.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렇게 판단한 것 같습니다.
카카오에 724억 물린 공정위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공정위는 지난 2일 카카오T의 운영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내세워 경쟁 업체에 영업비밀 제공을 강요하고, 이를 거절한 업체는 택시기사 호출을 차단하는 등 ‘갑질’을 한 혐의로 7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또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부과한 724억원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국내 업체가 받은 최대 규모 과징금입니다.
카카오에 724억 물린 공정위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당국의 철퇴를 맞은 것은 가맹호출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반호출 시장의 점유율을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요. 공정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공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반호출과 가맹호출이라는 용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한 택시 호출은 크게 일반호출과 가맹호출로 나뉘는데요. 일반호출은 모든 택시기사에게 제공하고, 가맹호출은 가맹 계약을 맺은 택시에만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카카오T 일반호출을 하면 카카오T의 제휴 택시회사 뿐 아니라 카카오T 앱을 쓰는 모든 택시기사에게 호출 서비스가 갑니다.
카카오에 724억 물린 공정위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반면 택시가 잘 안 잡힐 때 요금을 좀 더 내면 잘 잡히는 카카오T블루가 있죠. 이게 가맹호출입니다. 카카오T와 계약을 맺은 제휴사 택시에게만 호출 서비스가 갑니다. 우티 타다 등 경쟁사 소속 택시기사는 호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5년 일반호출 사업(‘카카오T’)을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가맹호출 사업(‘카카오T블루’)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에 운행 정보 등 실시간 영업비밀을 카카오모빌리티에 제공해야 한다는 제휴 계약을 요구하고 거절한 업체에는 일반호출을 차단했습니다.

경쟁 가맹호출 소속 택시기사들도 대부분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반호출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점을 노린 조치였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반호출 점유율은 90%를 훌쩍 넘습니다.

타다, 반반, 마카롱택시 등 경쟁 가맹호출 사업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실상 독점하는 일반호출이 끊길 것을 우려해 제휴 계약을 맺었습니다. 제휴를 거부한 우티는 기사 1만1561명(아이디 기준)과 차량 2789대 분의 일반호출을 차단당했습니다.
카카오에 724억 물린 공정위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번호 등 소속 기사 정보와 운행 장소·시간, 주행 경로 등 운행 정보를 요구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토대로 경쟁사 소속 기사들이 주로 운행하는 지역과 시간대에 자사 택시를 집중 배치해 점유율을 뺏을 수 있었습니다.

제휴 계약을 한 사업자들은 점유율이 곤두박질쳐 결국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대신 2019년 14.2%였던 카카오T블루의 점유율은 2022년 79.1%로 높아졌습니다.

공정위의 카카오모빌리티 제재는 이영희 서기관이 담당했습니다. 이 서기관은 지난 6월에도 쿠팡이 검색순위와 평점을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조작했다며 1628억원을 물렸습니다. 4개월 사이에 대형 플랫폼 두 곳에 2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소비자의 수호신이자 플랫폼 업계의 천적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다른 가맹택시 회사의 일반 호출을 차단한 이유에 대해 승차거부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반발하는데요. 경쟁사인 우티의 가맹택시가 가맹호출과 카카오T로부터의 일반호출을 동시에 받을 경우 가맹호출에 대응하다보니 카카오T 소비자들이 승차거부 피해를 본다는 건데요.
카카오에 724억 물린 공정위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번 사건을 정당화하려고 심리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는데요. 이 사건을 조사한 결과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했다는 사실이 내부 자료를 통해 명확히 확인됐습니다.

호출 중복 같은 문제들은 이미 카카오모빌리티의 이용약관에 중복적으로 호출을 받아서 운행하는 경우 최대 1년 동안 배차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택시기사들은 카카오티 뿐 아니라 티맵 등 다른 호출서비스 앱을 여럿 쓰잖아요. 이걸 멀티 호밍이라고 하는데요.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 앱 증가에 따른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멀티호밍을 제한하려는 정부 방침에 따랐을 뿐이라고도 항변합니다.
카카오에 724억 물린 공정위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그것 또한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관련 부처 입장을 저희가 명확히 확인했습니다. 멀티호밍의 반대말이 '싱글호밍' 또는 '원 플랫폼'인데요. 이는 전속성을 가지고 있는 가맹호출에만 해당이 됩니다. 이번 사건과 같이 일반 호출의 경우에는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멀티호밍하는 편이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더 높고, 플랫폼 간의 경쟁이 촉진됩니다."

▶타다는 타자금지법이라는 암초를 만났고, 우티도 서비스 부실이 점유율 추락의 원인이지 카카오모빌리티의 호출차단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내용들을 충분히 심의했습니다. '특정 사업자의 사업 부진이 이 사건 행위로 인한 것이다'라고 판단한게 아닙니다. 이 사건 행위로 인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압도적인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경쟁 사업자들은 퇴출되는 등 경쟁 제한적인 효과가 확실히 발생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경쟁사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매우 자세히 들여다 보았는데요. 호출 차단을 통해 가맹계약 해지건수가 많이 늘었고, 이에 따라 경쟁 사업자들이 굉장히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충분히 입증됐습니다."
카카오에 724억 물린 공정위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가맹호출 서비스 2위가 미국 우버의 한국 사업자인 우티인데요.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토종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재함으로써 미국의 거대 플랫폼을 돕는 것 아닌가요?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법을 집행하는 목적은 특정 경쟁사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의 경쟁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사건을 특정 사업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보기보다 가맹택시 시장의 경쟁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공정위의 결정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오랜 시간 투자해 성장시킨 플랫폼을 다른 회사에도 개방하도록 강제하는 것인데요. 경쟁업체의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선례를 남긴 것 아닌가요?

"특정 사업자의 무임승차를 허용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타당성 없는 조건을 경쟁사에 제시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이 허용하지 않음을 판단한 사례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무료로 일반 호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선택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지금은 일반호출 뿐 아니라 가맹택시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게 됐지 않습니까.
카카오에 724억 물린 공정위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정영효의 산업경제 딱10분]
또 한 가지, 택시기사들이 결코 무료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아니라는 점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카카오T 일반호출을 이용하는 택시 기사의 운행정보는 고스란히 카카오모빌리티에 제공됩니다. 본인의 운행데이터를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용료로 지불한다는 관점에서 '무임승차'라는 말은 어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T 고객 입장에서는 '나는 카카오 택시를 불렀는데 우티가 왔다'라는 불만도 나올 수 있을 텐데요.

"그런 상황이 문제라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신의 서비스를 보다 자세히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카카오 가맹택시를 부르는 호출서비스인지, 일반 호출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을 수 있습니다. 서비스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리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혼동을 예방하는 방법을 강구했으면 좋겠습니다."

▶경쟁사로부터 실시간 영업비밀을 제공하도록 사실상 강제했다는 공정위 판단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 내비게이션으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정보'라고 반박합니다.

"일반인의 승용차 운행정보와 경쟁 가맹택시의 운행정보가 동일하다는 주장인데요. 전혀 다른 성격의 운행정보입니다. 경쟁 가맹택시가 어느 시간대, 어느 지역에서 운행을 많이 하는지, 주행 경로가 어떤 지에 대한 정보는 가맹택시 사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영업비밀에 해당합니다.

경쟁사의 택시가 어느 지역에서 많이 운행하는지 알게 되면 해당 시간대, 해당 지역에 자사 가맹택시 공급을 늘려서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운행정보는 굉장히 중요한 영업비밀입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