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의 미소 >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 모습.  /뉴스1
< 한강의 미소 >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 모습. /뉴스1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고은 시인, 황석영 소설가 등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4년 전인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이후 두 번째다.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BTS의 빌보드 1위,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6관왕 등 K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K콘텐츠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소설가 한강에게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며 “그는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림원은 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소설을 거론하며 “한강 작품은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의 대응, 즉 동양적 사고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고통의 이중 노출이 특징”이라고 했다.

한강은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으로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며 “어릴 때부터 영향을 받은 여러 작가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에게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수상’이다. 발표 전까지 영국 유명 온라인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에서 호주의 제럴드 머네인과 중국의 찬쉐가 유력 후보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후보로 거론된 26명의 작가 중 한강의 이름은 없었다. 민음사와 문학동네 등 국내 출판사들이 예상한 후보에도 한강은 없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놀라운 일”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마츠 말름 한림원 상임 사무국장은 “수상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한강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아들과 저녁을 막 마친 것 같았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