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주당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린다고 11일 정정 공시했다. 취득 예정 물량도 320만9009주에서 362만3075주로 조정했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오는 23일 종료되는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을 늘리지 않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고려아연은 당초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주당 83만원에 최대 372만6591주(지분 18%)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고려아연은 주당 89만원에 최대 414만657주(지분 20%·베인캐피탈 포함)를 매수하겠다고 정정했다.

기존 대로라면 최대 3조1000억원을 쓸 계획이었지만, 매수가 상향과 취득 주식 수 확대에 따라 공개매수 규모가 최대 3조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MBK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에서 추가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최씨 일가가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당초 제시했던 가격인 3만원보다 5000원 인상한 수준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1.85%를 빼앗고, 영풍 측이 지분 1.85%를 손에 넣는 셈이 돼 사실상 3.7%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