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2.5조 원 엔화채 발행 임박...日 증시 힘 받을까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엔화 표시 채권 발행 조건을 확정하면서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버크셔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일본 주식 투자에 베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버크셔는 전날 총 2818억 엔(약 2조5600억 원) 규모의 엔화 채권을 오는 23일 발행한다. 3년 만기부터 5년 만기, 10년 만기, 20년 만기, 28년 만기, 30년 만기 등 총 7종이다.

이 가운데 1554억 엔 규모의 3년 만기 채권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율은 1.031%로 결정됐다. 뒤이어 580억 엔 규모의 5년 채 비중이 높았다. 발생 이자는 1.265%에 달한다. 버크셔는 투자자 수요에 따라 애초 발행 예정이었던 15년물 채권 대신 28년물로 발행하기로 했다.

버크셔의 엔화 채권 발행은 올해에만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올해 버크셔의 엔화 채권 총 발 5451억 엔으로, 지난 2019년 첫 발행 때 4300억 엔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버크셔가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일본 주식 투자에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버핏은 올해 2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 포지션의 대부분을 사채 발행으로 조달해왔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필립스증권의 마스자와 다케히코 주식 트레이딩 책임자는 “종합상사 이외의 종목에서 대량 보유 보고서가 나오면 (버크셔의) 매수 종목이 확대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대돼 일본 증시 전체에 매수 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버크셔의 일본 주식 투자 대상이 일본 5대 상사 주식 이외에 종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버크셔는 현재 미쓰비시·미쓰이·마루베니·이토추·스미토모 등 일본 5대 상사의 지분을 이미 약 9% 보유하고 있는데, 5대 상사 주식의 보유 비율을 최대 9.9%까지 한다는 자체 방침이 있다. 이에 이들 5대 상사 추가 매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융주 투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버핏이 평소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부채 비율이 낮고, 현금창출능력이 높은 종목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와다캐피탈의 무라마쓰 카즈유키 운용본부장은 “올해 버크셔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대신 일본의 대형은행이나 지방은행 등을 물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린 스트래티지스의 카가와 무쓰 수석 마켓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자 마진 확대로 인한 수익 증가가 예상되는 은행주나 손해보험주에 매수세가 유입되기 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종합상사처럼 시황에 영향을 받으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아은 해운주도 버핏이 선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가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