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비 2억 달러(약 2700억원)를 쏟아부은 할리우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가 극장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대작으로 꼽혔던 이 영화를 본 일부 관객들은 "실망스럽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이 가운데 유명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이 영화에 대해 "희대의 속편"이라며 별점 4점(5점 만점)을 주면서 네티즌들의 악플 테러를 받고 있다.

지난 10일 유튜브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통해 이 평론가는 "저도 이 영화를 보고 당황했다. 제가 예상한 영화가 아니었다. 관객을 당혹시켰다고 해서 그 영화가 잘못 만든 영화인가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평론가는 '조커2'에 대해 "그 자체로 전작과 내내 밀고 당겨가며 치열한 2인무를 추는 듯한 작품"이라며 "전편의 성과를 보완하거나 해체해가며 그 대척점에서 흥미진진한 결과를 만들어 낸 희대의 속편"이라고 평가했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평가에 대해 "개똥 같은 영화 실드치느라 고생하네", "4.0을 주셨다니 아주 실망이다. 아무리 영화를 많이 보면 뭐 하나. 보는 눈이 그따위인데", "이동진이 돈 받고 억지 호평하는 것", "배급사에 얼마 받으셨나요"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이 평론가는 "일반적으로 속편이 나오면 전편의 성과를 계승해 나간다. 이를 계승하되 확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속편의 방식"이라며 "영화는 전편의 성과를 보완하거나 해체해가며 정반대의 지점, 대척점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거다. 속편이 나오는 일반적인 관행에 비하면 너무나 독특한 속편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호평 이유를 밝혔다.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조커: 폴리 아 되'는 2년 전 고담시를 충격에 빠트린 '아서 플렉'이 '할리 퀸'과 운명적인 만남 후, 내면 깊이 숨어있던 '조커'를 다시 마주하고 세상을 향한 멈출 수 없는 폭주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이야기다. 부제인 '폴리 아 되'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정신 질환인 '공유 정신병적 장애'를 일컫는다.

전작에 이어 호아킨 피닉스가 아서 플렉(조커)을 맡고, 레이디 가가가 새로운 할리 퀸을 연기했다. 전작을 연출한 토드 필립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10월 1일, 미국에서 10월 4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개봉 전 이 영화는 전작 '조커'의 흥행으로 올해의 기대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는 것이 국내외 관객들의 평가다. 글로벌 평점 웹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선 11일 기준 신선도 지수 33%를 기록 중이다. 시네마 스코어 또한 D등급이었다. 네이버 기준 네티즌 평점 5.12, 실 관람객 6.06 점을 받았다.

미국에선 개봉 첫 주 주말 3780만 달러(약 509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작이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수익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조커'는 북미에서만 3억 달러(4047억원), 글로벌 10억 달러(1조 3490억원)를 넘는 수익을 올린 바 있다. 북미 매체들은 '조커 : 폴리 아 되'가 전작에 한참 못 미치는 7000만 달러(약 944억원) 수준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사진=로튼토마토 홈페이지 캡쳐
/사진=로튼토마토 홈페이지 캡쳐
'조커: 폴리 아 되'의 제작비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제작비를 쏟아붓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하면 이해가 가능한 규모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제작비 6500만 달러(약 877억원)를 들인 전작과 비교하며 "돈을 어디다 썼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데드라인'의 앤서니 달레산드로 박스오피스 에디터는 BBC에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주요 프랜차이즈 영화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속편 중 하나"라며 지난해 개봉된 '더마블스'보다 현재까지 성적이 더 좋지 못하다고 비평했다.

국내 영화계도 '조커: 폴리 아 되' 개봉 전 긴장된 분위기였다. 한 영화 홍보 관계자는 "영화를 보기 전엔 이 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접수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론 개봉한 지 한 달 된 '베테랑2'에도 밀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커: 폴리 아 되'는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가 바로 '베테랑2'에 밀려 현재는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커: 폴리 아 되'가 흥행에 실패한 원인에 대해 "재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상업영화로서의 매력이 전작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된다"며 "연기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지만 조커와 할리퀸이란 IP를 잘못 사용한 예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중은 상업영화로서의 '조커2'를 원했는데 토드 필립스 감독은 예술영화를 만들었다"며 "대중은 일반적으로 '조커'라 하면 무자비하게 총을 쏘고 건물을 부수고 배트맨을 위기에 몰아넣는 악랄하고 액티브한 캐릭터를 떠올리는데 '조커: 폴리 아 되'는 조커의 무기력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하면서 결과적으로 대중이 원하는 것과 다른 조커를 스크린에 펼쳐냈다"고 비판했다.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뮤지컬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로테스크한 뮤지컬 영화가 없었기에 호불호는 예견된 일이었다. 조커와 할리퀸이 대화를 하던 중 배경음악 하나 없이 노래하는 모습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조커와 할리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을 연속적으로 내보내면서 조커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과 스릴을 부여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라라랜드'와 같은 성공한 뮤지컬 영화는 넘버가 좋거나 스토리가 탄탄하다. 하지만 '조커: 폴리아 되'는 상업적 IP에 단순히 뮤지컬 요소만 입혔다는 지적이다. 모두가 원치 않는 조커의 지질하고 무기력한 모습에 뮤지컬을 더 하자 '비호감에 비호감'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극장 상영 후 2차 시장, 즉 OTT 시장 공개까지 유예를 주는 '홀드백' 기간이 6개월 정도로 짧은 편이다. '조커' 팬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조커: 폴리 아 되'가 폭발적인 흥행세를 기록하지 못한 이유로도 꼽힌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에서 충분히 봐도 될 작품이라고 구분되면서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