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가에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는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대학가에 배달 라이더들이 이동하는 모습. 뉴스1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 참여하는 배달플랫폼 업체들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입점업체들의 부담을 완화할 상생안을 새로 제출한 것으로 11일 파악됐다. 정부는 상생협의체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오는 14일에 이어 22일에도 회의를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입점업체 측이 배달플랫폼사가 제시한 ‘차등 수수료율’ 시스템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합의의 관건인 가운데, 입점업체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려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전날 상생협의체에 입점업체의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담은 상생안을 제출했다. 상생협의체를 주관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제6차 회의 이후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에 입점업체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상생안을 새로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6차 회의에서 상생안을 제출한 데 이어 수정안을 다시 냈다. 쿠팡이츠는 상생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잘 되는 가게는 요기요, 어려운 사장님은 배민?

합의안의 '열쇠'로 차등수수료율이 꼽힌다. 입점업체 측은 6차회의에서 △수수료 등 입점업체 부담완화 방안 마련 △소비자 영수증에 입점업체 부담항목 표기 △최혜대우 요구 중단 △배달 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 주요 요구사항을 네 가지로 정리해 제시했는데, 이중 첫 번째 요구가 핵심이라는 평가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제출한 수정안에도 조정된 차등 수수료율이 담겼을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입점업체 사이에서도 각 배달플랫폼 사가 제시한 차등 수수료율 시스템을 두고 이해 관계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6차 회의에서 배달앱 매출액 기준 상위 60% 점주에게 기존과 같은 9.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상위 60∼80%에는 5.8∼6.8%를, 상위 80∼100%에는 2%를 각각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매출이 적은 영세 자영업자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적은 구조다.

요기요는 이미 가게별로 수수료율에 차이를 두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요기요가 지난 8월 도입한 ‘라이트 요금제’는 가게의 주문 수가 많을수록 이용료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달에 주문을 270건 받는 가게의 경우, 1~50건까지는 수수료율 9.7%를 적용받지만 51~200건은 8.7%, 201~250건은 7.7%, 251~270건은 4.7%로 점차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일수록 수수료율을 덜 부담하게 된다. 배달의민족이 제시한 차등 수수료율 시스템이 인 것과 상반된다.

정부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면 이를 상생 방안으로 발표하고,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면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배달플랫폼 사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부는 이를 ‘권고안’ 형태로 발표하기로 했다.

합의 안되면...배달수수료율도 '상한제' 도입되나

이날 관계 부처에 따르면 상생협의체는 배달플랫폼사와 입점업체간 합의점을 찾기 위해 이달 14일에 이어 22일에도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합의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정부가 ‘입법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6일 KBS 일요 진단에 출연해 "상생협의체에서 내놓은 방안이 사회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정부로서는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등 추가적 방안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실도 자영업자들의 배달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달수수료율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배달 플랫폼이 상생협의체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는다면 수수료 상한제와 우대수수료 도입 등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