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줄서서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줄서서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00주 예약 대기 걸어놨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모두 체결돼 있어서 깜짝 놀랐네요."(예스24 주주) "한강이 죽어가던 내 주식도 살렸다."(한세예스24홀딩스 주주)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 소설가인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전날 주식시장에서는 '한강 테마주(株)' 찾기에 분주했다. 상장사 중 소설가 한강과 직접 관련된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투자자 대부분의 관심은 출판주로 쏠렸다.

온라인 서점인 예스24는 전날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가격제한폭(30%)까지 치솟아 63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종목의 평소 거래량은 10만~30만주에 불과했는데, 이날은 개장 후 단 5분 만에 200만주 넘게 거래됐다.

예스24의 모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 역시 이날 주가가 상한가(5850원)까지 오르면서 1년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책 주문이 폭주하면서 예스24 등 일부 서점 사이트가 잠시 마비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는데 매출 증가 기대감이 매수세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책 구독 업체인 밀리의서재 역시 이날 23% 넘게 급등해 1만8680원에 마감됐다. 다만 밀리의서재에서는 한강의 책을 서비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책 리디의 투자사인 컴퍼니케이도 상한가로 거래를 마감했다. 출판사 창비의 출판 물류를 담당하는 다산네트웍스도 14.24% 급등했다.

아동서적 출판업체인 예림당에도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삼성출판사, 웅진씽크빅, 웅진 등도 덩달아 뛰었다.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구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구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출판주 기업들은 그동안 독서인구 감소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한 예스24의 경우 연초부터 전날까지 10개월 동안 주가가 2.3%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삼성출판사(-28.2%), 밀리의서재(-13.7%)는 오히려 두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그간 침체됐던 출판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노벨상 효과로 관련 책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는 출판사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강의 작품은 책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 배의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노벨문학상 발표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양대 서점에서만 13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예스24 인터넷 종목 토론방에선 "당분간 사고 싶어도 못사는 품절주가 될 것 같다", "몇 번의 상한가냐가 문제다"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다만 "신드롬 관련주들은 오래 못 간다", "실적이 받쳐줘야 한다"는 등의 반응도 나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