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은 그렇게 영화감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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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신지혜의 영화와 영감
영화 <파벨만스>, <싱글 에이트>, <시네마 천국>
영화 <파벨만스>, <싱글 에이트>, <시네마 천국>
# 파벨만스
어린 소년 새미는 부모님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극장을 찾는다. 어둠이 무서웠던 꼬마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에 매료되고 만다. <지상 최대의 쇼>라는 제목의 영화는,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겠지만 소년의 인생을 떠안게 된다. 집에 돌아와서도 꼬마 새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열차가 충돌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장난감 열차와 아빠의 8밀리 카메라로 이리 찍어보고 저리 찍어보며 소년은 점점 카메라로 무언가를 촬영한다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동생을 출연시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하고 일상의 부분들을 찍으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렇게 소년은 카메라와 함께 자라간다.
# 싱글 에이트
소년 히로시는 조지 루카스의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마음을 빼앗긴다. 존 윌리엄스의 메인 테마가 울려 퍼지며 우주 공간으로 빨려드는 자막과 함께 거대한 선체를 드러내는 우주선이 소년의 마음을 꽉 채운다.
<스타워즈>가 준 감동과 우주선에 대한 생각으로 소년은 수업 중에도 상상 속에 빠져 있다. 자신이 만든 종이 우주선과 함께 마음이 우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상상은 도무지 상상에 그칠 수가 없다. 그쳐서도 안 된다. 그래서 소년은 8밀리 카메라를 들고 종이 우주선을 들고 찍어본다. 생각보다 별로다. 우주선이 멋지게 찍히지 않는 것이다. 소년의 마음은 초조해진다. 자신에게 재능은 없지만 우주선 컷만큼은 찍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광각렌즈를 대신할 주전자의 곡면을 이용해보고 우주선을 조금 더 크고 정교하게 만들어본다. 괜찮은 것 같지만 주전자에 자신과 친구와 카메라까지 비쳐 보인다.
그렇다면 암실이 필요하겠는걸. 나름 암실을 만들고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다시 찍어본다. 이번에는 괜찮을까 싶었는데 현상된 필름을 보니 기대치보다 훨씬 어설프고 엉망이다. 마침 현상소의 점원이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하는 대학생이어서 노출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 준다. 덧붙여 스토리는 어떻게 되는지 이 우주선은 어떤 설정인지 등의 질문을 받고 스스로 생각하고 노력하며 영화에 대한 진지한 마음이 되어 간다.
# 파벨만스
새미는 여전히 영화를 찍는다. 어릴 적부터 손에 익힌 카메라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구이고 그의 영화는 세상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늘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일부를 찍던 새미의 카메라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소녀의 이름은 모니카. 새미의 마음을 소녀를 향해 움직이지만 첫사랑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새미는 모니카와 다른 친구들을 필름에 담아 졸업파티에서 공개한다. 이전에도 소년의 습작들은 꽤 그럴듯해서 호응을 받았지만 해변에서의 친구들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소년 또한 영화가 어떤 힘을 갖는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 시네마 천국
어린 토토는 마을에 단 하나뿐인 극장에 가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곳에는 영사기가 있고 필름이 있으며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있다. 영사기에 필름을 어떻게 얹는지 영사기가 돌아가면 어떤 마법과 환상이 펼쳐지는지 일찌감치 맛을 본 토토의 어린 마음은 영화로 꽉 들어찬다.
극장의 화재로 알프레도가 시력을 잃게 되고 토토는 영사실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게 되면서 영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고 알프레도와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진다. 그런 토토의 카메라에 한 소녀가 들어 온다. 전학을 오게 된 아름다운 엘레나. 늘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일상을 담아내던 토토의 카메라에 우연히 마을에 도착한 엘레나가 찍힌 것이다. 토토는 하염없이 소녀의 모습을 돌려보고 알프레도는 토토가 사랑에 빠진 것을 알아차린다.
# 싱글 에이트
고3인 학생들이지만 학교 축제 참가를 빼놓을 수는 없다. 입시로 예년처럼 모든 힘을 쏟기는 어렵겠지만 고등학교 마지막 축제이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것이다. 히로시는 영화 만들기 제안을 하고 의외로 많은 반 친구들이 찬성을 하게 되어 친구들과 신이 나서 영화를 준비한다.
필름을 되돌려보며 리버스 기능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영화의 주제를 생각해보고 현상소 대학생 형에게서 조언을 듣고 그의 후배에게서 도움을 받으며 시나리오의 뼈대를 만들고 플롯을 짜고 주제를 정하고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까지 완성한다.
자, 이제 촬영만 남았다. 히로시와 친구들의 마음이 부푼다.
# 파벨만스
졸업파티에서 상영한 필름이 큰 호응을 받으면서 새미는 좀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이 예전에 찍었던 필름에서 어릴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과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고 비로소 상황과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며 스스로도 어른이 된다. 어릴 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찍으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가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위해 어떤 효과가 필요한지 터득하고 편집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면서 단순히 카메라로 대상을 찍는 것이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새미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또한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삶은 한 가지 방향으로 나가지 않으며 타인의 삶과 얽히고설켜 다양한 이야기와 층위가 생겨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새미의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새미의 영화가 단단해져 왔을 것이다.
# 시네마 천국
꾸준히 영화를 찍어 유명한 감독이 된 토토는 알프레도의 부음을 듣고 수십 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자신의 이야기가 곳곳에 스며있는 고향의 이곳저곳을 둘러본 그는 알프레도가 그에게 남겼다는 유품을 받아 들고 극장으로 향한다. 영사기가 돌아가고 어릴 적 자신이 그토록 궁금해했던 검열된 필름 조각들을 마주하며 토토는 비로소 자신의 빈 마음을 채운다. 자신의 인생을 확고하게 다진 듯 보이지만 어딘가 공허하고 빈 곳에 많게 느껴졌던 토토의 인생은 토토의 고향과 어린 시절의 기억과 작은 마을의 극장과 영사실 그리고 가족과 알프레도, 그리고 엘레나의 기억이 있어야 비로소 채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토토는 다시 자신의 삶의 터로 돌아가겠지만 이제까지 시달렸던 왠지 모를 공허함은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싱글 에이트
촬영을 하고 후반 작업을 하면서 히로시는 1학년 때 찍은 캠프 영상에서 나츠미를 발견하고 나츠미에 대한 마음이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역시 그 캠프에서 자신을 찍었던 나츠미가 사진을 건네주자 나츠미의 마음 또한 자신과 같은 걸까 살짝 설렌다. 하지만 나츠미의 마음은 히로시의 마음과는 다른 결이었고 첫사랑의 실패와 함께 히로시도 조금 더 성장한다.
드디어 영화 <타임 리버스>가 상영되고 좋은 반응을 얻게 된 히로시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고등학교 시절을 마감할 소중한 추억을 건진다. <스타워즈>의 우주선을 동경하며 우주선을 찍고 싶었던 소년은 그렇게 고3 여름방학을 뜨겁게 불태우며 영화의 플롯을 배우고 카메라의 노출을 배우고 편집과 특촬을 배우고 연출을 배우면서 스스로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고 자신의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한 뼘 성장하게 된다.
그렇게 소년들은 영화감독이 되었다.
신지혜 칼럼니스트•멜팅포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어린 소년 새미는 부모님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극장을 찾는다. 어둠이 무서웠던 꼬마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에 매료되고 만다. <지상 최대의 쇼>라는 제목의 영화는,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겠지만 소년의 인생을 떠안게 된다. 집에 돌아와서도 꼬마 새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열차가 충돌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장난감 열차와 아빠의 8밀리 카메라로 이리 찍어보고 저리 찍어보며 소년은 점점 카메라로 무언가를 촬영한다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동생을 출연시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하고 일상의 부분들을 찍으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렇게 소년은 카메라와 함께 자라간다.
# 싱글 에이트
소년 히로시는 조지 루카스의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마음을 빼앗긴다. 존 윌리엄스의 메인 테마가 울려 퍼지며 우주 공간으로 빨려드는 자막과 함께 거대한 선체를 드러내는 우주선이 소년의 마음을 꽉 채운다.
<스타워즈>가 준 감동과 우주선에 대한 생각으로 소년은 수업 중에도 상상 속에 빠져 있다. 자신이 만든 종이 우주선과 함께 마음이 우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상상은 도무지 상상에 그칠 수가 없다. 그쳐서도 안 된다. 그래서 소년은 8밀리 카메라를 들고 종이 우주선을 들고 찍어본다. 생각보다 별로다. 우주선이 멋지게 찍히지 않는 것이다. 소년의 마음은 초조해진다. 자신에게 재능은 없지만 우주선 컷만큼은 찍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광각렌즈를 대신할 주전자의 곡면을 이용해보고 우주선을 조금 더 크고 정교하게 만들어본다. 괜찮은 것 같지만 주전자에 자신과 친구와 카메라까지 비쳐 보인다.
그렇다면 암실이 필요하겠는걸. 나름 암실을 만들고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다시 찍어본다. 이번에는 괜찮을까 싶었는데 현상된 필름을 보니 기대치보다 훨씬 어설프고 엉망이다. 마침 현상소의 점원이 대학 동아리 활동을 하는 대학생이어서 노출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 준다. 덧붙여 스토리는 어떻게 되는지 이 우주선은 어떤 설정인지 등의 질문을 받고 스스로 생각하고 노력하며 영화에 대한 진지한 마음이 되어 간다.
# 파벨만스
새미는 여전히 영화를 찍는다. 어릴 적부터 손에 익힌 카메라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구이고 그의 영화는 세상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늘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일부를 찍던 새미의 카메라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소녀의 이름은 모니카. 새미의 마음을 소녀를 향해 움직이지만 첫사랑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새미는 모니카와 다른 친구들을 필름에 담아 졸업파티에서 공개한다. 이전에도 소년의 습작들은 꽤 그럴듯해서 호응을 받았지만 해변에서의 친구들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소년 또한 영화가 어떤 힘을 갖는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 시네마 천국
어린 토토는 마을에 단 하나뿐인 극장에 가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곳에는 영사기가 있고 필름이 있으며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있다. 영사기에 필름을 어떻게 얹는지 영사기가 돌아가면 어떤 마법과 환상이 펼쳐지는지 일찌감치 맛을 본 토토의 어린 마음은 영화로 꽉 들어찬다.
극장의 화재로 알프레도가 시력을 잃게 되고 토토는 영사실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게 되면서 영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고 알프레도와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진다. 그런 토토의 카메라에 한 소녀가 들어 온다. 전학을 오게 된 아름다운 엘레나. 늘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일상을 담아내던 토토의 카메라에 우연히 마을에 도착한 엘레나가 찍힌 것이다. 토토는 하염없이 소녀의 모습을 돌려보고 알프레도는 토토가 사랑에 빠진 것을 알아차린다.
# 싱글 에이트
고3인 학생들이지만 학교 축제 참가를 빼놓을 수는 없다. 입시로 예년처럼 모든 힘을 쏟기는 어렵겠지만 고등학교 마지막 축제이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것이다. 히로시는 영화 만들기 제안을 하고 의외로 많은 반 친구들이 찬성을 하게 되어 친구들과 신이 나서 영화를 준비한다.
필름을 되돌려보며 리버스 기능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영화의 주제를 생각해보고 현상소 대학생 형에게서 조언을 듣고 그의 후배에게서 도움을 받으며 시나리오의 뼈대를 만들고 플롯을 짜고 주제를 정하고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까지 완성한다.
자, 이제 촬영만 남았다. 히로시와 친구들의 마음이 부푼다.
# 파벨만스
졸업파티에서 상영한 필름이 큰 호응을 받으면서 새미는 좀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이 예전에 찍었던 필름에서 어릴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과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고 비로소 상황과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며 스스로도 어른이 된다. 어릴 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찍으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가 효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위해 어떤 효과가 필요한지 터득하고 편집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면서 단순히 카메라로 대상을 찍는 것이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새미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또한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삶은 한 가지 방향으로 나가지 않으며 타인의 삶과 얽히고설켜 다양한 이야기와 층위가 생겨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새미의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새미의 영화가 단단해져 왔을 것이다.
# 시네마 천국
꾸준히 영화를 찍어 유명한 감독이 된 토토는 알프레도의 부음을 듣고 수십 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자신의 이야기가 곳곳에 스며있는 고향의 이곳저곳을 둘러본 그는 알프레도가 그에게 남겼다는 유품을 받아 들고 극장으로 향한다. 영사기가 돌아가고 어릴 적 자신이 그토록 궁금해했던 검열된 필름 조각들을 마주하며 토토는 비로소 자신의 빈 마음을 채운다. 자신의 인생을 확고하게 다진 듯 보이지만 어딘가 공허하고 빈 곳에 많게 느껴졌던 토토의 인생은 토토의 고향과 어린 시절의 기억과 작은 마을의 극장과 영사실 그리고 가족과 알프레도, 그리고 엘레나의 기억이 있어야 비로소 채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토토는 다시 자신의 삶의 터로 돌아가겠지만 이제까지 시달렸던 왠지 모를 공허함은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싱글 에이트
촬영을 하고 후반 작업을 하면서 히로시는 1학년 때 찍은 캠프 영상에서 나츠미를 발견하고 나츠미에 대한 마음이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역시 그 캠프에서 자신을 찍었던 나츠미가 사진을 건네주자 나츠미의 마음 또한 자신과 같은 걸까 살짝 설렌다. 하지만 나츠미의 마음은 히로시의 마음과는 다른 결이었고 첫사랑의 실패와 함께 히로시도 조금 더 성장한다.
드디어 영화 <타임 리버스>가 상영되고 좋은 반응을 얻게 된 히로시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고등학교 시절을 마감할 소중한 추억을 건진다. <스타워즈>의 우주선을 동경하며 우주선을 찍고 싶었던 소년은 그렇게 고3 여름방학을 뜨겁게 불태우며 영화의 플롯을 배우고 카메라의 노출을 배우고 편집과 특촬을 배우고 연출을 배우면서 스스로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고 자신의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한 뼘 성장하게 된다.
그렇게 소년들은 영화감독이 되었다.
신지혜 칼럼니스트•멜팅포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