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오픈AI에 10억달러 투자해놓고…이사회조차 들어가지 못한 MS
파미 올슨 미국 블룸버그 기술칼럼니스트가 쓴 <슈프리머시(Supremacy·패권)>는 오픈AI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을 중심으로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발전 과정을 다룬다. 이 책엔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공동창립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올트먼의 동맹과 라이벌 등 다양한 인물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올트먼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다 19세에 자퇴하고 스타트업 초기 투자 기업 와이콤비네이터의 지원을 받아 소셜네트워킹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폴 그레이엄 와이콤비네이터 대표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올트먼은 2014년 그레이엄 뒤를 이어 와이콤비네이터를 이끌었다.

AI에 관심을 놓치지 않고 있던 올트먼은 머스크와 손을 잡았다. 2015년 말 올트먼은 머스크 등에게 수백만달러를 지원받아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구글 같은 기업보다 더 책임감 있고 공개적으로 AI를 연구개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조직 방향성을 두고 2년 만에 결별했다.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막대한 연구 자금을 지원받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기술 통제 권한을 유지하고자 하는 딜레마를 갖고 있다. 딥마인드의 허사비스는 회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구글과 계약을 맺었지만 구글이 사실상 약속을 저버렸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올트먼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다른 형태의 합의를 도출했다. 올트먼이 회사를 얼마나 크게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지에 관한 계획을 듣고 나델라는 깜짝 놀랐다. 결국 MS는 오픈AI를 인수하는 대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오픈AI는 MS로부터 10억달러를 투자받아 생성형 AI 달리(DALL-E), 챗GPT 등을 개발했다. 올트먼이 요구한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MS는 이사회 자리조차 얻지 못했지만 그 대가로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AI 기술을 확보했다.

오픈AI가 선구적 AI 기술을 갖춘 구글을 앞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저자는 몇 가지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한다. 구글은 2017년 생성 AI 뿌리로 여겨지는 ‘트랜스포머’ 모델을 개발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조직 내 관료주의와 막대한 검색 및 광고 사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정리=신연수 기자

이 글은 WSJ에 실린 데이비드 A. 프라이스의 서평(2024년 9월 12일) ‘A Competition For Tech’s Future’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