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즉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대폭 손질하겠다”며 멕시코산 자동차에 1000%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멕시코산 車 1000% 관세" 폭탄 발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이코노믹클럽을 찾아 두 시간에 걸쳐 USMCA 개정, 오토론(차량담보대출) 이자 세금공제 등 미국 자동차산업 부흥에 관한 구상을 소개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있다며 “그들은 이 차량을 모두 미국에 팔려고 하고 있고, 이는 여러분의 미시간주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이 당선되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100%, 200%, 1000% 등 필요한 관세를 얼마든지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USMCA 6년 차 재협상 조항을 발동하겠다고 통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면 USMC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그는 “(내가 없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미국에 쌍둥이 재앙이었고, 이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 400만 개가 사라졌다”며 “디트로이트는 외국 군대에 초토화된 꼴”이라고 했다. 또 외국 기업이 미국 내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그들이 미국을 공격하고 강간하도록 허용했다”며 “우리는 더 이상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우리의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USMCA는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작품이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17년부터 NAFTA를 대체할 새 협정 체결을 추진했다. 2020년 7월 발효된 USMCA는 캐나다와 멕시코 등 협정 가입국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수 없게 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자동차 등 주요 생산품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대신 원산지 확인 규정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니어쇼어링’(인접 국가에 아웃소싱) 트렌드를 대표하는 정책으로 꼽힌다.

USMCA 발효 후 한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멕시코 투자를 대폭 늘렸다. 특히 미·중 갈등이 격화하자 중국은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멕시코에 전략적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對)멕시코 투자 규모는 중국 측 발표를 기준으로 17억달러, 멕시코 측 발표를 기준으로 12억달러다. 미국 워싱턴의 리서치회사 로디엄그룹은 중국이 다른 나라를 경유해 간접 투자하는 금액을 포함하면 중국의 대멕시코 투자액이 130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원산지 확인 규정을 강화하면 멕시코에 투자한 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멕시코 투자액은 2020년 1100만달러에서 2022년 3억9600만달러로 36배로 증가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