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검찰과 법원 행세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입법 기능을 수행해야 할 국회가 수사·사법기관 역할을 자처하면서 삼권 분립을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배경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개인에 대한 ‘방탄’이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제1 야당이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고 정권을 공격할 목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설특검·동행명령…수사·재판 다 하겠다는 野
국회는 22대 첫 국정감사가 열린 11일까지 닷새간 총 8건의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예년에는 국감 전체 기간 평균 2.6건을 발부한 것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많다. 동행명령은 국감 또는 국정조사의 증인·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이들을 강제로 국회에 부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명령장을 발부하면 국회사무처 직원이 동행명령장을 들고 가 동행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국회가 가진 권한이지만 지금까지는 최대한 절제돼 왔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선 민주당 소속 위원장이 있는 상임위에서 동행명령장이 무더기로 발부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4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2건), 법제사법위원회(1건), 교육위원회(1건) 등이다.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 관저 불법 증축 의혹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를 상대로 발부된 동행명령 집행에는 국회사무처 직원이 아니라 야당 국회의원들이 앞장섰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사무처 직원을 제쳐둔 뒤 직접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며 명령장 전달을 시도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마치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는 검찰 수사관 같았다”고 했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상설특검을 추진하기 위해 국회 규칙 개정을 시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검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7명 가운데 4명은 여야가 추천하도록 돼 있는데, 민주당은 국회 규칙을 고쳐 여당 추천 몫을 아예 배제하려고 하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이 임명한 특검이 김 여사 의혹을 수사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 하명 수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특정 정당이 특검 추천권을 독점하는 선례는 없다”며 “민주당의 상설특검 국회 규칙 개정은 추천위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을 규정한 상설특검에 정면으로 반한다. 하위법 규칙으로 상위법인 법률을 무너뜨리는 것은 명백히 위헌”이라고 했다.

각 상임위는 이 대표를 변호하는 재판정으로 탈바꿈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이 대표가 기소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의 피고인으로 재판받고 있는 이화영 씨를 법사위로 불러내 그의 일방적 주장을 생중계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재판장처럼 이씨와 다른 증인을 대질 신문하는 식으로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씨의 변호인을 자처했다. 박지원 의원은 “저는 이화영 증인의 정의로움을 잘 알고 있다”고 감쌌다. ‘대장동 변호인’ 출신 의원들도 법사위원 자격으로 이씨를 신문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을 상대로 국회의원들이 직접 증인 신문을 하고 자체적으로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재판부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