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멕시코산 자동차에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집권 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재협상하겠다고 밝히며 필요하면 멕시코에서 만들어지는 자동차에 1000% 관세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 경합주인 미시간주 유세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거론하면서다. 직접적으론 중국을 겨냥했지만 한국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멕시코는 우리의 주요 자동차 생산기지다. 기아와 협력 부품사가 대거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가전 공장을 가동 중이다. USMCA가 멕시코산 제품에 불리하게 개정되면 한국 기업도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주목되는 건 USMCA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협정이란 점이다. 그는 집권 1기 때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에 불리하다며 멕시코와 캐나다를 압박해 USMCA를 체결했다. 그런 협정마저 미국 유권자 표심을 잡는 데 불리하다고 판단되자 손바닥 뒤집듯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 리스크’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끔찍하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한국을 ‘무임승차국’이라고 비난하며 방위비도 대폭 인상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2기가 현실이 되면 그런 일이 또 닥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북핵 리스크는 더 심각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주 연설에서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를 비롯해 이런 말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기하급수로 늘리겠다고 위협하는 판국에 오히려 북핵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미 대선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합주 판세가 수시로 요동친다. 누가 백악관 주인이 되든 흔들림 없는 대비가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리스크에 더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