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한국교육학술정보원·한국고전번역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한국교육학술정보원·한국고전번역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국정감사에서 "한국 국민이 1940년대 영국 시민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장이 일었다.

박 이사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지난해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2023년 한국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하다'고 말한 부분을 인정하면서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당시 발언을 두고 "전쟁 시기 영국 국민의 애국심"을 언급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1940년대 영국보다 현재 한국 국민의 수준, 시민적인 책임감 등이 약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영국은 (독일) 히틀러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애국심, 특히 공직자의 애국심 정도가 현재 우리 국민들이 국가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보다 더 강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을 개돼지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김영호 교육위원장에게 박 이사장을 국감장에서 퇴장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문 의원은 박 이사장을 겨냥해 "정신병자"라고도 말했다.

박 이사장의 취임 전 인터뷰는 이날 국감에서 여러 차례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위원장은 '한국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피식 웃는다'고 한 부분을 언급하며 "이런 사대(주의)를 갖고 어떻게 공직에 있냐"고 말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자 박 이사장은 "역사에서 우리가 잘못한 것도 좀 기억하자는 것"이라며 "우리는 '망국'(亡國)이라는 굉장히 험한 기억과 경험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일본만 탓할 게 아니고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 이사장의 잇따른 발언에 여당 의원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박 이사장의 발언은 여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감정을 아프게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심각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국민들은 과거 학자 때 한 발언을 계속 지켜가겠다는 생각보다 '공직자로 있었다면 그런 발언을 안 했을 것 같다'는 말을 기대할 것"이라며 박 위원장에게 유감 표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 박 이사장은 "너무 과한 말을 한 것 같다"며 "모든 분께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