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2600선을 회복하지 못한 채 거래를 마쳤다. 미국 9월 고용 보고서가 양호하게 집계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일부 덜어냈지만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는 실적 충격(어닝쇼크)로 '5만전자'로 주저앉았다.

이번주(10월14~18일)에는 코스피가 2600선을 회복해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ASML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의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실적에 따른 업종별 차별화가 예상된다. 중동과 북한 등 지정학적 위험 등이 변수지만 중국 경기부양 기대감, 인공지능(AI) 칩 수요 호조 등 상승 요인도 적지 않다.

13일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번주 코스피 예상 흐름 범위를 2540~2670선으로 전망했다. 직전 거래일인 11일 코스피 종가는 2596.91이다.

지난주 증시의 경우 코스피는 방향성과 순매수 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채 보합세를 보였다. 수급을 보면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5597억원, 1892억원 매도 우위고 개인만 6992억원 매수 우위다.

하지만 이번주의 경우 긍정적인 요인이 돋보인다. 3분기 미국의 기업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 가운데 업종별 이익 모멘텀(동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씨티그룹·윌그린·유나이티드헬스·존슨앤존슨(15일), ASML·모건스탠리·알코아(16일), TSMC·넷플릭스(17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P&G(18일)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예상치 부합 여부에 따른 업종별 등락에 주목할 시점"이라며 "TSMC 9월 실적에 따른 반도체 업종 내 차별화가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지수 상하단이 제한된 박스권의 현 상황에서 업종별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3분기 실적과 미국 대선은 4분기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지표"라고 말했다.

AI 칩 수요 호조가 지속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신규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의 12개월치가 전부 예약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를 AI 칩에 대한 기술기업들의 견조한 수요를 재확인하는 계기로 봤다. 또한 지난 11일 오전 11시(한국시간) 테슬라의 'We, Robot' 행사가 열린 가운데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공개됐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사이버캡'이라는 이름의 은색 2인승 차량이다. 이처럼 일명 '매그니피센트7'(M7) 기업들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꾸준한 만큼 관련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중국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여전하다. 지난달 24일 강도 높은 중국 부양책이 발표된 뒤로 나오는 경제지표들을 계속 관찰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이 연구원은 "중국 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쏠림, 그로 인한 수급 블랙홀로 우리 증시는 피해를 봤다. 하지만 중국 경기가 실제 부활한다면 말이 달라진다"며 "중국향 경기 민감주를 비롯한 관련주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화학의 경우 중국 경기 부진과 맞물려 주가 바닥권에서 등락한 만큼 저가매수세 유입이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했다.

이번주 국내외 주요 일정으로는 중국 9월 소비자물가·생산자물가(13일), 유로존 8월 산업생산(15일), 유로존 9월 소비자물가(17일), 유로존 ECB 통화정책회의(17일), 미국 9월 소매판매(17일), 미국 9월 산업생산(17일), 중국 3분기 GDP(18일), 중국 9월 산업생산·소매판매·고정자산투자(18일), 미국 건축허가·주택착공(18일) 등이 예정돼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변수보다는 개별 산업과 기업 단에서의 기회 요인에 주목할 시점"이라며 "미국발 AI 모멘텀과 중국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