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로 매매가 줄면 전·월세가 불안해집니다 [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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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주택 거래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매매와 전세 그리고 월세입니다.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가장 큰 매매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큽니다. 주택경기가 좋으면 매매는 늘어나고 반대의 경우에는 줄어듭니다.
올해만 해도 서울의 경우 1월(2636건)에 비해 7월(8881건)의 매매가 3배가 넘게 늘었습니다. 최근 대출규제가 시행되면서 9월의 매매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면 전·월세를 포함한 전체 거래량은 큰 변동이 없이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그 이유는 매매에 비해 전·월세 거래량이 훨씬 더 많고 전·월세 거래량은 주택시장의 경기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2024년 들어서도 매매량과 비교해보면 전·월세 거래량은 가장 크게 벌어졌을 때도 그 차이가 각각 1.32배, 1.56배로 크지 않았습니다. 매매는 많이 고민해야 하고, 실행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는 데 반해 전·월세 거래는 상대적으로 큰 노력이나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거래가 쉽고 거래량이 주택경기와는 상관없이 일정합니다.
이런 이유로 매매와 전·월세 사이에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합니다. 매매가 늘면 전·월세는 줄어들고, 전세와 월세는 함께 늘어나는 양상을 보입니다. 올해 초 매매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전세가 줄었습니다.
이는 전세가 매매로 전환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계약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입자가 주택시장이 상승한다고 판단하여 매매에 나섰습니다. 1주택자인 갈아타기 수요도 많았지만 무주택자인 전세입자가 유주택자로 바뀐 사례도 만만치 않게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매매가 늘었지만 전세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 겁니다. 매매와 전·월세 사이의 관계가 어느 정도 강도인지, 상관계수를 통해 수치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상관계수란 두 변수 간의 상호 관련성을 알아보는 데 사용됩니다. 범위는 1에서 -1 사이이며 (-)0.5 이상(이하)이면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나타냅니다. 0~1 사이는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정(正)의 상관관계, -1~0 사이는 두 변수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부(不)의 상관관계입니다.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매매와 전세 사이에는 부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며 비교적 강한 -0.44의 상관계수를 가집니다. 매매와 월세는 -0.7의 상관계수로 아주 강한 부의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매매가 줄면 전세가 늘어나는데, 전세보다 월세가 더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거래가 많이 된 지역 중 하나인 송파구만 놓고 보면 비슷한 현상이 발견됩니다. 송파구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와 전세의 상관계수는 -0.53이며 매매와 월세는 -0.73으로 강한 부의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송파구에서 매매가 줄면 전세는 늘어나고 월세는 더 많이 증가한다는 말입니다.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임대차시장에서도 거래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릅니다. 현재와 같이 매매가 줄어드는 상황은 전월세 가격의 상승을 동반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매물입니다. 주택 임대차시장은 실수요시장이기 때문에 매물의 중요성이 더욱 큽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의 강도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입주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 매물마저 줄어들면 큰 문제가 됩니다.
안타깝게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전세 매물은 올해 초 3만5000건 대에서 이달 2만9000건 대로 줄었습니다. 월세 매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기간 1만9600건 대에서 1만6600건 대로 감소했습니다. 서울의 전·월세입자들이 좋은 매물을 선택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말입니다. 서울의 전·월세 가격이 많이 오르고 매물이 줄어들면 주택 수요자들은 경기로 이동합니다. 집주인들에 비해 임차인들은 상대적으로 거주의 이동성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매물을 통해 살펴본 경기의 임대차시장은 더욱 심각합니다. 경기의 전세 매물은 올해 초 4만건대에서 현재 2만9500건대로 무려 26.4%나 감소했습니다. 월세 매물도 10% 넘게 감소했습니다.
경기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와 전세 간의 상관계수는 -0.53이며 매매와 월세 간의 상관계수는 무려 -0.94%입니다. 경기권의 매물 감소는 서울보다 더 심각하게 임대차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서울 아파트 매매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폭이 낮아지고 주택시장이 일견 안정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더 큰 위험 요인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주택수급이 무너지고 기준금리마저 인하된 지금, 전세가 상승은 매매가 상승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매매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와 같은 수요억제 정책은 전·월세 거래를 늘리면서 임대차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수준에서 매매가 유지되면서 집값이 완만하게 상승한다면 이는 주택시장만이 아니라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장 많이 올랐다는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 연간 누적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2.6%)에도 미치지 못하는 1.61%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서민들의 임대차시장이라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자들의 세밀한 정책운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올해만 해도 서울의 경우 1월(2636건)에 비해 7월(8881건)의 매매가 3배가 넘게 늘었습니다. 최근 대출규제가 시행되면서 9월의 매매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면 전·월세를 포함한 전체 거래량은 큰 변동이 없이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그 이유는 매매에 비해 전·월세 거래량이 훨씬 더 많고 전·월세 거래량은 주택시장의 경기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2024년 들어서도 매매량과 비교해보면 전·월세 거래량은 가장 크게 벌어졌을 때도 그 차이가 각각 1.32배, 1.56배로 크지 않았습니다. 매매는 많이 고민해야 하고, 실행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는 데 반해 전·월세 거래는 상대적으로 큰 노력이나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거래가 쉽고 거래량이 주택경기와는 상관없이 일정합니다.
이런 이유로 매매와 전·월세 사이에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합니다. 매매가 늘면 전·월세는 줄어들고, 전세와 월세는 함께 늘어나는 양상을 보입니다. 올해 초 매매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전세가 줄었습니다.
이는 전세가 매매로 전환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계약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입자가 주택시장이 상승한다고 판단하여 매매에 나섰습니다. 1주택자인 갈아타기 수요도 많았지만 무주택자인 전세입자가 유주택자로 바뀐 사례도 만만치 않게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매매가 늘었지만 전세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 겁니다. 매매와 전·월세 사이의 관계가 어느 정도 강도인지, 상관계수를 통해 수치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상관계수란 두 변수 간의 상호 관련성을 알아보는 데 사용됩니다. 범위는 1에서 -1 사이이며 (-)0.5 이상(이하)이면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나타냅니다. 0~1 사이는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정(正)의 상관관계, -1~0 사이는 두 변수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부(不)의 상관관계입니다.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매매와 전세 사이에는 부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며 비교적 강한 -0.44의 상관계수를 가집니다. 매매와 월세는 -0.7의 상관계수로 아주 강한 부의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매매가 줄면 전세가 늘어나는데, 전세보다 월세가 더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거래가 많이 된 지역 중 하나인 송파구만 놓고 보면 비슷한 현상이 발견됩니다. 송파구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와 전세의 상관계수는 -0.53이며 매매와 월세는 -0.73으로 강한 부의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송파구에서 매매가 줄면 전세는 늘어나고 월세는 더 많이 증가한다는 말입니다.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임대차시장에서도 거래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릅니다. 현재와 같이 매매가 줄어드는 상황은 전월세 가격의 상승을 동반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매물입니다. 주택 임대차시장은 실수요시장이기 때문에 매물의 중요성이 더욱 큽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의 강도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입주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 매물마저 줄어들면 큰 문제가 됩니다.
안타깝게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전세 매물은 올해 초 3만5000건 대에서 이달 2만9000건 대로 줄었습니다. 월세 매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기간 1만9600건 대에서 1만6600건 대로 감소했습니다. 서울의 전·월세입자들이 좋은 매물을 선택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말입니다. 서울의 전·월세 가격이 많이 오르고 매물이 줄어들면 주택 수요자들은 경기로 이동합니다. 집주인들에 비해 임차인들은 상대적으로 거주의 이동성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매물을 통해 살펴본 경기의 임대차시장은 더욱 심각합니다. 경기의 전세 매물은 올해 초 4만건대에서 현재 2만9500건대로 무려 26.4%나 감소했습니다. 월세 매물도 10% 넘게 감소했습니다.
경기 아파트 시장에서 매매와 전세 간의 상관계수는 -0.53이며 매매와 월세 간의 상관계수는 무려 -0.94%입니다. 경기권의 매물 감소는 서울보다 더 심각하게 임대차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서울 아파트 매매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폭이 낮아지고 주택시장이 일견 안정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더 큰 위험 요인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주택수급이 무너지고 기준금리마저 인하된 지금, 전세가 상승은 매매가 상승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매매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출 규제와 같은 수요억제 정책은 전·월세 거래를 늘리면서 임대차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수준에서 매매가 유지되면서 집값이 완만하게 상승한다면 이는 주택시장만이 아니라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장 많이 올랐다는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 연간 누적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2.6%)에도 미치지 못하는 1.61%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서민들의 임대차시장이라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자들의 세밀한 정책운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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