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정원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1부)에 임금체불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이번에는 서정원 감독(54)이 이끄는 청두 룽청의 이야기다.

중국 축구계 정통한 관계자는 12일 본지에 “청두가 3년 전 승격에 성공했던 해부터 수당을 미지급했다”며 “중국 무대 진출 첫 해 함께했던 코치진인 김대의, 곽태휘를 비롯해 김민우, 안드리고, 리차드 등 외국인 선수들이 약속된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청두는 2021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서정원 감독 및 그의 사단과 함께 매 시즌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2022년 청두의 첫 1부리그 승격을 이끈 서 감독은 승격 첫 해 팀을 5위에 올려놓은 데 이어 지난해엔 4위를 기록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서 감독이 이끄는 청두는 올 시즌 또 다른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슈퍼리그가 27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청두는 3위(승점 55·17승4무6패)를 달리고 있다. 현재 순위를 유지하면 다음 시즌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에 진출할 수 있다. 2014년 팀 창단 이후 모든 역사적인 순간을 서 감독 사단과 함께하는 셈이다.

청두의 성공 신화에 보이지 않는 곳엔 한국인 스태프와 선수들의 헌신이 있었다. 청두는 서 감독 부임 첫해부터 코치뿐만 아니라 비디오 분석, 의무 등 지원 스태프까지 한국인을 다수 고용했다. 대다수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에서 서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스태프로, 더 높은 연봉과 수당을 약속받는 조건으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코로나19 기간 극심한 격리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수고 속에서도 1부리그 승격이라는 역사를 함께 일궈냈다.

하지만 하지만 화려한 성적에 반하는 비정상적인 구단 운영이 일부 한국인 스태프의 의지를 꺾었다. 승격 첫해부터 약속된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구단에서는 내부 방침이 정해지면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서 감독과 함께했던 일부 스태프가 구단을 떠나거나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라고 했다.

약속된 수당을 받지 못한 건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청두 구단은 당초 선수들의 성과에 따른 등급을 정한 뒤 수당을 지급한다고 고지했으나, 청두를 떠난 선수들에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청두에 있는 서 감독과 선수들은 수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미 성과를 내고 떠난 선수들의 연락은 받지 않고 있다”며 “일부 선수들은 청두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슈퍼리그에서 임금체불 논란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월에도 우한 싼전의 일부 선수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임금체불 관련 중재 요청을 했다. 2021년에는 산둥 루넝이 임금체불 이슈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박탈당하는 일도 있었다. 올해 수뇌부를 물갈이한 뒤 부정적인 소식만 전해지고 있는 청두 구단에 임금체불 문제까지 불거진다면, 서 감독과의 동행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