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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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사은품을 회사 허락 없이 반출해 영업 활동에 사용한 직원에 대한 회사의 해고 통보는 법에 어긋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회사 물품을 무단 반출한 것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영업 활동에 사용할 목적인 만큼 형법상 절도죄를 물을 정도는 아니라는 취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주식회사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자동차 매매업을 하는 A사는 2023년 2월 징계위원회를 거쳐 이 회사에서 근무하던 B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B씨가 머그컵 세트 5개와 달력 1개 등 고객사은품을 무단 반출(절도)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측은 허락 없이 회사 물품을 무단 반출해 회사의 재산손실 및 업무수행 지장을 초래한 점과 고객 응대 업무에서 빠지라는 업무지시를 불이행하고 회사 내 보고 지휘체계를 무시한 점도 해고 사유로 들었다.

이에 B씨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2023년 4월 "절도와 업무지시 불이행은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B씨의 구제 신청을 받아들였다. A사는 재심 신청을 했으나, 중노위도 직원 손을 들어줬다. 회사는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도 대부분 징계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머그컵 세트를 무단 반출했다는 징계 사유에 대해 "머그컵 무단 반출로 A사의 업무수행에 어느 정도 지장이 초래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부분만큼은 정당한 징계사유로 판단했다.

다만 "B씨는 머그컵 세트 5개 중 2개를 고객에게 증정했고, 나머지 3개는 회사에 반납해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절도 부분은 징계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달력 무단 반출에 대해선 "B씨가 관리자에게 고지했고, 달력은 고객만족도 만점 부여 고객에게 증정하기 위한 머그컵 세트와 달리 일반적인 고객에게 두루 증정하기 위해 탕비실에 보관했다"며 "회사가 평소 단력 반출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B씨가 고객들에 대해 고객 관리 행위도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지나치고, 차량 점검 등의 문제로 회사를 찾아온 기존 고객들을 전혀 응대하지 않기도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며 "B씨가 기존 고객들에 대한 고객 관리 행위를 하는 것까지 회사가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게 과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징계사유 중 머그컵 세트 무단반출 부분만으로는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참가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원고가 이 사건 해고를 한 것은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