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서점가, 한강 책이라면 한글판까지 모조리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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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도 '한강 앓이'…3대 서점 모두 불티, "한글판도 '솔드 아웃'"
매진. 매진. 매진.
도무지 책을 구할 수가 없다. 오픈런은 성질 급한 한국인들만 하는 게 아니었다. 한국 작가의 소설 재고가 많을 리 없는 런던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손에 넣으려는 영국인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다음날인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점에서 한강의 소설을 찾는 일은 007 작전을 방불케했다. 런던 대표 서점 세 곳의 재고를 실시간 파악하며 발빠르게 움직여도, 이동하는 사이에 책은 다 팔려나갔다. 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통에 한강의 소설이 비치되었던 매대는 텅텅 비었다.
이날 만난 서점 직원들은 지금 한강 소설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tricky mission)’이라고 입을 모았다. 입고 일정마저 불투명하니 당분간 “오픈런을 하라”는 팁도 나왔다.
영국은 한강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 런던대 SOAS에서 한국어를 3년간 배워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는 영국인이다. 2015년 첫 출판도 영국의 독립출판사 포르토벨로를 통해서였고, 결정적으로 그의 소설이 세계 무대로 뻗어나온 계기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맨부커상(2016) 덕이 컸다.
그래서인지 런던의 서점에서는 한강의 소설을 늘 주요 매대에 비치하는 애정을 보여왔다. 한강은 런더너들에게도 어느덧 익숙한, 놀라울 정도로 인지도 높은 작가다. 그런 한강이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니, 영국 독자들도 새삼 서점에 몰려든 것이다. 런던의 대표 대형서점 포일즈에선 한강 작가의 한국어판 소설도 다 팔렸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물론,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도 동이 났다. 매대에서 만난 제임스는 “한글을 잘 모르지만 <채식주의자> 한국어판을 사고 싶어서 나왔는데 구할 수가 없다”며 “언젠가 한글로 된 한강의 글을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을 번역본이 아니라 원문으로 읽고 싶다는 욕구는 만국 공통의 것이었다. 그동안 노벨상 수상작은 주로 영어로 쓰였거나, 다른 언어로 쓴 작품이라도 영어를 거쳐 다시 한국어로 이중번역되었을 뿐. 매년 수상자 발표 때마다 한국인들이 한글 번역본을 읽으며 느꼈던 그 갈급함을 영국인들도 느끼게 됐다.
포일즈의 소설 코너 직원은 “노벨상 발표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와서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 비치된 책들을 다 사갔다”며 “아마 런던 어디를 가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직원과 대화 도중에도 사람들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베지테리언)> 있나요?“하며 줄이어 묻는 상황이, 낯설고도 반갑게 느껴졌다. 직원들은 마치 녹음기처럼 “알다시피 노벨문학상 받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와서 한강의 모든 책은 '솔드아웃'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왕실 납품 서점으로 알려진 해처드의 한 직원은 “노벨상 발표 직후 풍경이 영화같았다”고 했다. 그는 "어제 오후 1시에 노벨상 발표가 나자마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더니 서점에 있던 한강의 책을 쓸어갔다"고 말했다. 자신도 한강 작가의 팬이라는 그는 “‘채식주의자’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주변에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다”며 “전에 본 적 없는 소설이었다. 강렬한 내용과 별개로, 인간의 몸과 여성성을 다루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표현은 아름다웠고 시적이었다.”며 엄지를 세워보였다.
워터스톤즈 피카딜리점 소설코너 직원은 당분간 오픈런만이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여긴 런던이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도시라 당분간 책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아침 서점 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줄서서 사갔다. 비치된 책도 없으니, 하루종일 (한강 책 어디있느냐는)질문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서점은 광화문 교보문고 같은 곳. 20만 권의 책을 갖춘, 런던을 넘어 유럽 전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점이다. 이 곳에서도 당분간 한강 소설은 구하기 어렵다고 하니, 노벨문학상의 파워를 가늠해볼 만하다. 영국에서 지내고 있는 한국인들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껏 들떠있다. 이날 포일즈에서 만난 이고은 씨(30)는 "온종일 SNS를 뜨겁게 달군 소식이라, 책을 사서 읽어야겠다 싶어 나왔는데 도무지 구할 수가 없다”며 “런던에서 이정도로 인기라는게 너무 놀랍다.”고 했다. 정소이 씨(27)도 “영국 내 커뮤니티에서도 실시간 트렌드로 올라올 정도로 화제다. 한강 작가님 덕에 노벨문학상을 영어로도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영국 출판계에서도 축하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포일즈 채링크로스점의 카멜로 풀리시 (Carmelo Puglisi) 언어부분 부장은 “한강 작가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이상의 자격을 가진 작가이다. 그의 책은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그의 책은 나를 감동시켰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했으며, 그의 글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했다.”고 밝혔다. 영국도서관의 동아시아컬렉션 부장 해미시 토드(Hamish Todd) 박사는“ 한강 작가의 작품은 항상 독자들을 매료시켜 왔으며, 이번 권위 있는 상은 그녀의 탁월한 재능에 적합한 상”이라고 강조했다.
런던=조민선 아르떼 객원기자
도무지 책을 구할 수가 없다. 오픈런은 성질 급한 한국인들만 하는 게 아니었다. 한국 작가의 소설 재고가 많을 리 없는 런던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손에 넣으려는 영국인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다음날인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점에서 한강의 소설을 찾는 일은 007 작전을 방불케했다. 런던 대표 서점 세 곳의 재고를 실시간 파악하며 발빠르게 움직여도, 이동하는 사이에 책은 다 팔려나갔다. 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통에 한강의 소설이 비치되었던 매대는 텅텅 비었다.
이날 만난 서점 직원들은 지금 한강 소설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tricky mission)’이라고 입을 모았다. 입고 일정마저 불투명하니 당분간 “오픈런을 하라”는 팁도 나왔다.
영국은 한강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 런던대 SOAS에서 한국어를 3년간 배워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는 영국인이다. 2015년 첫 출판도 영국의 독립출판사 포르토벨로를 통해서였고, 결정적으로 그의 소설이 세계 무대로 뻗어나온 계기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맨부커상(2016) 덕이 컸다.
그래서인지 런던의 서점에서는 한강의 소설을 늘 주요 매대에 비치하는 애정을 보여왔다. 한강은 런더너들에게도 어느덧 익숙한, 놀라울 정도로 인지도 높은 작가다. 그런 한강이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니, 영국 독자들도 새삼 서점에 몰려든 것이다. 런던의 대표 대형서점 포일즈에선 한강 작가의 한국어판 소설도 다 팔렸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물론,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도 동이 났다. 매대에서 만난 제임스는 “한글을 잘 모르지만 <채식주의자> 한국어판을 사고 싶어서 나왔는데 구할 수가 없다”며 “언젠가 한글로 된 한강의 글을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을 번역본이 아니라 원문으로 읽고 싶다는 욕구는 만국 공통의 것이었다. 그동안 노벨상 수상작은 주로 영어로 쓰였거나, 다른 언어로 쓴 작품이라도 영어를 거쳐 다시 한국어로 이중번역되었을 뿐. 매년 수상자 발표 때마다 한국인들이 한글 번역본을 읽으며 느꼈던 그 갈급함을 영국인들도 느끼게 됐다.
포일즈의 소설 코너 직원은 “노벨상 발표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와서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 비치된 책들을 다 사갔다”며 “아마 런던 어디를 가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직원과 대화 도중에도 사람들이 “한강의 <채식주의자(베지테리언)> 있나요?“하며 줄이어 묻는 상황이, 낯설고도 반갑게 느껴졌다. 직원들은 마치 녹음기처럼 “알다시피 노벨문학상 받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와서 한강의 모든 책은 '솔드아웃'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왕실 납품 서점으로 알려진 해처드의 한 직원은 “노벨상 발표 직후 풍경이 영화같았다”고 했다. 그는 "어제 오후 1시에 노벨상 발표가 나자마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더니 서점에 있던 한강의 책을 쓸어갔다"고 말했다. 자신도 한강 작가의 팬이라는 그는 “‘채식주의자’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주변에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다”며 “전에 본 적 없는 소설이었다. 강렬한 내용과 별개로, 인간의 몸과 여성성을 다루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표현은 아름다웠고 시적이었다.”며 엄지를 세워보였다.
워터스톤즈 피카딜리점 소설코너 직원은 당분간 오픈런만이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여긴 런던이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도시라 당분간 책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아침 서점 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줄서서 사갔다. 비치된 책도 없으니, 하루종일 (한강 책 어디있느냐는)질문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서점은 광화문 교보문고 같은 곳. 20만 권의 책을 갖춘, 런던을 넘어 유럽 전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점이다. 이 곳에서도 당분간 한강 소설은 구하기 어렵다고 하니, 노벨문학상의 파워를 가늠해볼 만하다. 영국에서 지내고 있는 한국인들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한껏 들떠있다. 이날 포일즈에서 만난 이고은 씨(30)는 "온종일 SNS를 뜨겁게 달군 소식이라, 책을 사서 읽어야겠다 싶어 나왔는데 도무지 구할 수가 없다”며 “런던에서 이정도로 인기라는게 너무 놀랍다.”고 했다. 정소이 씨(27)도 “영국 내 커뮤니티에서도 실시간 트렌드로 올라올 정도로 화제다. 한강 작가님 덕에 노벨문학상을 영어로도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영국 출판계에서도 축하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포일즈 채링크로스점의 카멜로 풀리시 (Carmelo Puglisi) 언어부분 부장은 “한강 작가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이상의 자격을 가진 작가이다. 그의 책은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그의 책은 나를 감동시켰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했으며, 그의 글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했다.”고 밝혔다. 영국도서관의 동아시아컬렉션 부장 해미시 토드(Hamish Todd) 박사는“ 한강 작가의 작품은 항상 독자들을 매료시켜 왔으며, 이번 권위 있는 상은 그녀의 탁월한 재능에 적합한 상”이라고 강조했다.
런던=조민선 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