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허용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시작과 함께 영풍-MBK ‘재탕 가처분신청’ 또 제기

2차 가처분은 1차 가처분을 기각한 동일 재판부에서 심리

법원 결정에 따라 시작한 3조원 규모 자사주 공개매수 만약 문제 있다면 초기에 중지되었을 것.

법상 공개매수 철회는 투자자보호 위해 엄격하게 제한. 법원이 허용한 진행 중 공개매수 철회 어려워

MBK/영풍, ‘1차 가처분’ 결정 이전에도 자사주 취득 위법하다는 동일한 주장 유포했으나 전부 기각

공개매수의 철회 사유를 정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제139조와 동법 시행령 제150조에 따르면 이미 진행중인 공개매수를 철회할 수 있는 사유는 투자자보호 및 시장 혼란 방지 등을 위하여 매우 제한적이고 엄격하다.

MBK-영풍이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한 법원 결정에 따라 이미 적법하게 진행 중인 자사주 공개매수는 자본시장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철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1차 가처분을 기각한 동일한 재판부가 판단하는 2차 가처분에서 MBK-영풍이 주장하는 주장들은 이미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주장이기도 하지만 자본시장법이 정한 공개매수 철회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사실상 이미 진행중인 회사의 공개매수가 철회되기는 어렵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 철회 사유

1. 대항공개매수(공개매수기간 중 그 공개매수에 대항하는 공개매수)가 있는 경우

2. 공개매수자가 사망ㆍ해산ㆍ파산한 경우

3. 공개매수자가 발행한 어음 또는 수표가 부도로 되거나 은행과의 당좌거래가 정지 또는 금지된 경우

4. 공개매수대상회사에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공개매수를 철회할 수 있다는 조건을 공개매수공고시 게재하고 이를 공개매수신고서에 기재한 경우로서 그 기재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5. 합병, 분할, 분할합병, 주식의 포괄적 이전 또는 포괄적 교환

6. 중요한 영업이나 자산의 양도ㆍ양수

7. 해산

8. 파산

9. 발행한 어음이나 수표의 부도

10. 은행과의 당좌거래의 정지 또는 금지

11. 주식등의 상장폐지

12. 천재지변ㆍ전시ㆍ사변ㆍ화재, 그 밖의 재해 등으로 인하여 최근 사업연도 자산총액의 100분의 10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

지난 10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는 가처분 기각 결정을 통해 (1) MBK-영풍의 공개매수 기간 중에 회사가 자기주식을 적법하게 취득할 수 있다고 명확하게 허용하였으며 (2) 영풍 측은 회사가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행위가 배임, 시세조종 등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자기주식 취득 금지를 주장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MBK-영풍은 법원의 1차 가처분 결정 이전에도 현재와 같이 경영권방어를 위해 자신들의 공개매수 기간 중에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위법하고 배임, 시세조종 등에 해당된다는 주장을 마치 사실인 양 유포하는데 몰두하였다. 그러나 결국 법원에서 그런 주장들이 모두 기각되자, 마치 기각 결정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라도 한 것처럼 기각 결정 2시간 만에 회사가 차입금을 재원으로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를 하는 것은 배임, 시세조종 등 위법하다는 동일한 주장을 재탕하였으나, 정작 MBK-영풍 스스로는 10월 4일 자신들의 공개매수 가격을 위법이라고 주장하던 회사 공개매수 가격과 같은 가격인 83만원으로 증액하였다.

현재 MBK-영풍의 2차 가처분은 1차 가처분을 기각한 동일한 재판부(민사 50부)가 재판한다.

1차 가처분을 기각한 법원 결정문을 그대로 인용하면 “채권자(영풍)는 이 사건 공개매수기간 중 고려아연의 주가가 높게 형성되어 있으므로 이와 같이 높게 형성된 가격으로 이 사건 자기주식 취득행위를 하는 것은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채권자(영풍) 스스로도 공개매수 가격을 66만 원으로 제시했다가 이를 75만 원으로 상향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고려아연의 적정주가를 현 단계에서 명확히 산정하기 어려우므로 채권자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카합21412 결정)

이러한 법원 결정에 따르면 MBK-영풍 스스로가 공개매수 가격을 66만원 75만원 83만원으로 증액한 이상,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여 소각하기로 하고 공개매수가격을 89만원으로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실질가치가 얼마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허용한 같은 재판부에서 공개매수가격만을 근거로 배임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MBK-영풍은 수개월 간 공을 들여 준비한 회심의 카드인 1차 가처분에서 이미 주장한 내용인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하다거나 주주총회가 필요하다거나 차입금으로 자기주식을 매수하면 배임이라는 등의 주장을 2차 가처분에서도 동일하게 반복하고 있으나 이런 주장들은 관련 법령 및 규정, 대법원 판례, 학설, 실무례 등에 반하는 억지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7두63337 판결

배당가능이익은 채권자의 책임재산과 회사의 존립을 위한 재산적 기초를 확보하기 위하여 직전 결산기상의 순자산액에서 자본금의 액, 법정준비금 등을 공제한 나머지로서 회사가 당기에 배당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는 것이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정한 현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중략) 따라서 상법 제341조 제1항 단서는 자기주식 취득가액의 총액이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 차입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울대 로스쿨 김건식/노혁준/천경훈 공저, 회사법(제6판), 594면

배당가능이익을 산출할 때 공제하는 준비금은 법정준비금뿐이다. 따라서 임의준비금은 모두 배당가능이익에 포함된다.

이 사건에서 MBK-영풍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다 현재 서울대 로스쿨에 재직중인 정준혁 교수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배당가능이익은 6조원 이상이라는 취지로 “고려아연의 본건 자기주식취득의 취득금액 한도는 상법 제462조 제1항에 따른 배당가능이익 및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11조 제1항에 따라 계산하여야 합니다. 고려아연 정관에 자기주식취득 한도 산정 시 임의적립금을 공제하라는 등의 규정이 없으므로, 본건 자기주식취득 한도 계산 시 고려아연의 주주총회에서 승인한 해외투자적립금, 자원사업투자적립금 등 임의적립금을 공제하여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KT&G, 포스코홀딩스, 이마트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자기주식 취득한도 산정 시 임의적립금을 차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기주식 취득한도를 공시하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사례가 다수 존재하고, 이들 회사의 외부감사인들이 이러한 산정방식을 문제 삼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