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 이자' 예금보다 낫네…원금 지키는 ELB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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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기 '안전 투자처'로 부상
ELB, 9월말 기준 15.6조원 발행
지난해 동기 대비 80% 넘게 급증
5대 은행 예금 평균 금리 3.43%
ELB 상품 年수익률은 4~5%대
예금자보호 대상 아닌 점 유의를
금리 인하기 '안전 투자처'로 부상
ELB, 9월말 기준 15.6조원 발행
지난해 동기 대비 80% 넘게 급증
5대 은행 예금 평균 금리 3.43%
ELB 상품 年수익률은 4~5%대
예금자보호 대상 아닌 점 유의를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예금 금리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러 변수 탓에 금리 인하 속도가 가파르진 않겠지만, ‘짠물 이자’ 시대가 재차 찾아올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예금 이자보다 높은 상품을 찾기 위해 분주해졌다. 원금 손실 위험이 큰 주가연계증권(ELS)을 피해 원금은 보장하되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로 눈을 돌린 이들이 올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올초 시작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ELS 손실 사태가 투자자들을 ELB로 이끌었다. 자칫 원금까지 잃을 수 있는 ELS와 달리 ‘원금 보장’이란 장점이 부각되면서다. 실제 ELB 발행이 급증한 최근 1년간 ELS는 발행액이 23조1408억원에서 12조929억원으로 50% 가까이 뚝 떨어졌다.
최근 판매를 시작한 키움 제764회 ELB는 S&P500지수가 만기일까지 3% 이상 하락할 경우 최대 연 6.7% 수익을 얻는 구조로 짜여 있다. 만기 때까지 하락률이 3%에 못 미칠 경우 원금만 지급된다. 기초 지수가 크게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나는 ELS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을 지킬 수 있다.
금융권에선 예금금리가 하락할수록 ELB를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 금리의 기반이 되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단순 예금으론 더 이상 쏠쏠한 이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윤항아 신한 프리미어 PWM 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ELS나 타 금융상품과 달리 아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예금보다 조금 높은 이자를 안정적으로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예금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뚜렷한 투자 방향성이 없는 고객에게 ELB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금 상품 평균 금리는 연 3.43%였다. 반면 S&P500과 코스피200 두 지수를 기초자산(투자 대상)으로 하는 ELB의 연환산 수익률은 5.35%로 나타났다. 각각의 종목이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B의 수익률은 한국전력 4.46%, 삼성전자 4.41%, 코스피200 4.39% 등으로 예금금리를 웃돌았다.
올 들어 가장 많이 발행된 ELB는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상품이다.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ELB가 두 번째로 많았다. 이 밖에 한전, 현대자동차, KT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종목형 ELB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늘어나는 ELB 고객을 잡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ELB 펀드’를 찾는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앱을 통한 비대면 가입 시스템을 새롭게 신한SOL뱅크 앱에 적용했다. 토스뱅크는 기존에 운영하던 ‘목돈굴리기’ 서비스에 ELB 투자 정보를 이달 들어 추가했다.
금융감독원은 “ELB는 원리금 지급형 상품으로 분류되지만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며 “투자금도 발행사(증권회사)의 고유재산과 분리돼 있지 않아 법적으로 별도의 예치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발행사(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정해진 수익 조건이 달성됐더라도 투자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 기초자산에 투자했더라도 원금 상환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발행 증권사의 몫”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하는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투자 설명서 등을 통해 상품의 손익 구조와 발행사의 지급 능력 등을 투자자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LS 사태로 ELB에 눈뜬 투자자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발행된 ELB는 총 15조6420억원어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8조6817억원에서 1년 새 80.1% 급증했다. ELB는 특정 지수나 주가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ELS와 마찬가지로 지수나 종목이 투자 대상이 된다. 대신 원금을 제외한 이자 등의 수익률만 기초자산 가격을 따라간다. 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국공채에 투자하고 일부를 위험자산에 투자해 원금보장형 ELS라고도 불린다.올초 시작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ELS 손실 사태가 투자자들을 ELB로 이끌었다. 자칫 원금까지 잃을 수 있는 ELS와 달리 ‘원금 보장’이란 장점이 부각되면서다. 실제 ELB 발행이 급증한 최근 1년간 ELS는 발행액이 23조1408억원에서 12조929억원으로 50% 가까이 뚝 떨어졌다.
최근 판매를 시작한 키움 제764회 ELB는 S&P500지수가 만기일까지 3% 이상 하락할 경우 최대 연 6.7% 수익을 얻는 구조로 짜여 있다. 만기 때까지 하락률이 3%에 못 미칠 경우 원금만 지급된다. 기초 지수가 크게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나는 ELS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을 지킬 수 있다.
예금보다 쏠쏠한 수익률이 매력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린 것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올리면서 긴축을 시작한 지 3년2개월 만이다. 지난해 1월 연 3.50%로 금리를 올린 뒤 지난해 2월부터 13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금융권에선 예금금리가 하락할수록 ELB를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 금리의 기반이 되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단순 예금으론 더 이상 쏠쏠한 이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윤항아 신한 프리미어 PWM 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ELS나 타 금융상품과 달리 아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예금보다 조금 높은 이자를 안정적으로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예금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뚜렷한 투자 방향성이 없는 고객에게 ELB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금 상품 평균 금리는 연 3.43%였다. 반면 S&P500과 코스피200 두 지수를 기초자산(투자 대상)으로 하는 ELB의 연환산 수익률은 5.35%로 나타났다. 각각의 종목이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B의 수익률은 한국전력 4.46%, 삼성전자 4.41%, 코스피200 4.39% 등으로 예금금리를 웃돌았다.
올 들어 가장 많이 발행된 ELB는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종목형 상품이다.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ELB가 두 번째로 많았다. 이 밖에 한전, 현대자동차, KT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종목형 ELB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늘어나는 ELB 고객을 잡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ELB 펀드’를 찾는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앱을 통한 비대면 가입 시스템을 새롭게 신한SOL뱅크 앱에 적용했다. 토스뱅크는 기존에 운영하던 ‘목돈굴리기’ 서비스에 ELB 투자 정보를 이달 들어 추가했다.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 가능성”
다만 ELB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상품 자체는 ‘원금보장형’으로 짜여 있지만 중도 해지 시 수수료를 제외하면 원금 이하의 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 장기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ELB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나서 ‘유의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원금이 100%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기 위해서다.금융감독원은 “ELB는 원리금 지급형 상품으로 분류되지만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며 “투자금도 발행사(증권회사)의 고유재산과 분리돼 있지 않아 법적으로 별도의 예치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발행사(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정해진 수익 조건이 달성됐더라도 투자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 기초자산에 투자했더라도 원금 상환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발행 증권사의 몫”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하는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투자 설명서 등을 통해 상품의 손익 구조와 발행사의 지급 능력 등을 투자자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