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에 '逆수수께끼'가 발생한 이유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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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美 금리 빅컷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
美 경제·증시 강세에
엔·위안화 약세 겹쳐
韓 역성장 우려도 영향
국내 증시 매력 높여야
원·달러 환율 상승세
美 경제·증시 강세에
엔·위안화 약세 겹쳐
韓 역성장 우려도 영향
국내 증시 매력 높여야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역수수께끼(reverse conundrum)’ 현상이 발생해 내년 경영계획을 짜야 할 기업들이 비상이 걸렸다. 지난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직후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20일 만에 40원 급등하는 등 오히려 빅컷을 단행하지 않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달러 가치는 마스(Mars·통화정책) 요인보다 머큐리(Mercury·펀더멘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금리 인하와 같은 마스 요인이 달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1995년, 1998년처럼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괴리를 줄이는 ‘미들 사이클 조정’이면 달러 가치는 오히려 강세가 된다. 하지만 2007년, 2019년처럼 경기 부양 차원의 ‘빅 사이클 조정’이면 약세가 된다. 이번에 단행한 빅컷은 후자보다 전자 성격이 강하다. 현재 미국 경제는 강하다. 경기는 ‘노 랜딩’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증시는 시가총액이 전 세계의 60%에 근접한다. 빅테크 주도로 1990년대 후반의 ‘골디락스’ 장세가 재현되고 있다.
4년 전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 경제와 증시는 녹록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대내적으로는 트럼프 키즈에 의해 미국 의회가 점령당할 정도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시련을 맞았다. 집권 기간에도 지방은행 위기, 국가신용등급 강등, 자연재해 등이 연속됐다.
중남미 외채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가 이어진 1990년대 후반에 비유되는 비상 상황을 푸는 일은 쉽지 않다. 특정 경제이론에 의존해 풀다가 더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대공황과 같은 비전통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데 적용된 실증적인 정책 처방이 동원됐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 컨트롤 타워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들고나온 것이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다.
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옐런 장관이 언급해 알려지기 시작한 이 패러다임은 1960년대 존 F 케네디 정부 때 실행된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제임스 토빈 당시 예일대 교수로부터 출발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예일대의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 로버트 실러 교수 등이 뒤를 이으면서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신경제 신화를 낳았다.
이 패러다임은 현 정부 들어 옐런 장관이 변화를 줬다. Fed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겠느냐는 선입견과 달리 재정정책을 더 중시했다. 학문적으로 이 패러다임이 통화론자보다 케인지언의 시각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재정정책은 종전보다 대담해졌다. 비상 상황이 연속되자 국가채무 우려와 관계없이 재정지출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섰다. 평상시에도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감세 등을 추진해 민간의 경제 활동 의욕을 고취했다. 빅컷 단행으로 미국 경제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주변국의 외환정책에 변화가 생긴 점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는 엔고를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엔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엔·달러 환율이 취임 이후 10일 만에 141엔대에서 149엔대로 급등했다. 원화와 엔화 간 상관계수는 ‘+0.3’으로 여전히 높다.
중국 인민은행도 위안화 가치를 뒤늦게 ‘평가절하’ 고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상’ 고시했다가 내수와 수출 진작책 간에 부조화 문제가 발생했다. 이 점을 틈타 환투기 세력이 공격할 기미를 보이자 절하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원화와 위안화 간 상관계수는 ‘+0.7’로 최근 들어 더 높아지는 추세다.
역수수께끼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우리 내부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경제 성장률이 -0.2%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제로(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11월 위기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더 이상 한국 경제와 증시에 투자 매력이 없다고 판단한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주를 팔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자금 이탈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임계선인 1400원을 넘어서면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제2 외환위기설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국채지수(WGBI) 선진국에 편입돼 최대 100조원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모두가 나서 우리 경제의 투자 매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다.
달러 가치는 마스(Mars·통화정책) 요인보다 머큐리(Mercury·펀더멘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금리 인하와 같은 마스 요인이 달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1995년, 1998년처럼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괴리를 줄이는 ‘미들 사이클 조정’이면 달러 가치는 오히려 강세가 된다. 하지만 2007년, 2019년처럼 경기 부양 차원의 ‘빅 사이클 조정’이면 약세가 된다. 이번에 단행한 빅컷은 후자보다 전자 성격이 강하다. 현재 미국 경제는 강하다. 경기는 ‘노 랜딩’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증시는 시가총액이 전 세계의 60%에 근접한다. 빅테크 주도로 1990년대 후반의 ‘골디락스’ 장세가 재현되고 있다.
4년 전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 경제와 증시는 녹록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대내적으로는 트럼프 키즈에 의해 미국 의회가 점령당할 정도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시련을 맞았다. 집권 기간에도 지방은행 위기, 국가신용등급 강등, 자연재해 등이 연속됐다.
중남미 외채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가 이어진 1990년대 후반에 비유되는 비상 상황을 푸는 일은 쉽지 않다. 특정 경제이론에 의존해 풀다가 더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대공황과 같은 비전통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데 적용된 실증적인 정책 처방이 동원됐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 컨트롤 타워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들고나온 것이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다.
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옐런 장관이 언급해 알려지기 시작한 이 패러다임은 1960년대 존 F 케네디 정부 때 실행된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제임스 토빈 당시 예일대 교수로부터 출발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예일대의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 로버트 실러 교수 등이 뒤를 이으면서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신경제 신화를 낳았다.
이 패러다임은 현 정부 들어 옐런 장관이 변화를 줬다. Fed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화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겠느냐는 선입견과 달리 재정정책을 더 중시했다. 학문적으로 이 패러다임이 통화론자보다 케인지언의 시각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재정정책은 종전보다 대담해졌다. 비상 상황이 연속되자 국가채무 우려와 관계없이 재정지출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섰다. 평상시에도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감세 등을 추진해 민간의 경제 활동 의욕을 고취했다. 빅컷 단행으로 미국 경제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주변국의 외환정책에 변화가 생긴 점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는 엔고를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엔저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엔·달러 환율이 취임 이후 10일 만에 141엔대에서 149엔대로 급등했다. 원화와 엔화 간 상관계수는 ‘+0.3’으로 여전히 높다.
중국 인민은행도 위안화 가치를 뒤늦게 ‘평가절하’ 고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상’ 고시했다가 내수와 수출 진작책 간에 부조화 문제가 발생했다. 이 점을 틈타 환투기 세력이 공격할 기미를 보이자 절하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원화와 위안화 간 상관계수는 ‘+0.7’로 최근 들어 더 높아지는 추세다.
역수수께끼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우리 내부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경제 성장률이 -0.2%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제로(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11월 위기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더 이상 한국 경제와 증시에 투자 매력이 없다고 판단한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주를 팔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자금 이탈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임계선인 1400원을 넘어서면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제2 외환위기설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국채지수(WGBI) 선진국에 편입돼 최대 100조원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모두가 나서 우리 경제의 투자 매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