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방영 뒤 주말 예약이 3~4배 늘었어요. 프로그램에 등장한 레스토랑은 예약이 꽉 차 비슷한 식당에 사람이 몰리는 등 외식업계가 ‘붐업’되고 있습니다.”(최상현 디핀 오너셰프)
돈 안쓴다던 2030 '돌변'…'흑백요리사' 열풍에 몰려든 곳
소비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일등 공신은 지난 8일 막을 내린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넷플릭스에서 한국 예능 최초로 3주째 비영어권 TV 부문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식당 예약 앱을 마비시킬 정도로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흑백요리사’ 흥행을 계기로 ‘요노족’(꼭 필요한 것 외에는 소비를 자제하는 것) 열풍이 불었던 20~30대도 고가의 파인다이닝에 지갑을 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13일 비씨카드에 의뢰해 지난해와 올해 미쉐린가이드 1~3스타를 받은 파인다이닝 식당 33곳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흑백요리사 방영 직후 3주간(9월 17일~10월 5일)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3% 증가했다. 최근 외식산업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장세다. 특히 젊은 층이 가파르게 늘었다. 이들 식당 매출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8.6%로, 40~50대(14.1%)의 두 배에 이른다.

때아닌 ‘파인다이닝 열풍’은 ‘흑백요리사’의 영향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프로그램에 수많은 파인다이닝 셰프가 등장하면서 출연 식당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파이다이닝' 검색량 지수는 9월 중순부터 약 20배 이상 급증했다. 식당 예약 앱 캐치테이블의 주간활성이용자(WAU)도 9월 첫째주 53만 명에서 마지막주 76만 명으로 43.2% 늘었다.

해외에서 ‘K미식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흑백요리사’가 거둔 성과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넷플릭스 시청률 1위에 오르면서 현지 외신도 주목하고 있어서다. 김지형 한양여대 외식산업과 교수는 “방한 외국인이 단체에서 개별 위주로 바뀌자 인기 로컬 식당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흑백요리사 특수’는 유통·식품업계 매출도 끌어올리고 있다. CU는 우승자인 ‘나폴리맛피아’(사진)가 만든 ‘밤 티라미수 컵’을 12일 출시했는데, 예약 판매 단계에서 단 20분 만에 준비 물량 20만 개가 동났다. 흑백요리사 패자부활전에 통조림을 활용한 메뉴가 나오면서 동원F&B의 통조림류 매출은 1주일 만에 30~40% 늘었다.

이선아/최다은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