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 공항점의 지난해 매출(1조5790억원)이 시내점(1조3740억원)을 앞질렀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만 해도 공항점 매출은 시내점 매출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시내 면세점 호황을 이끌었던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이 급감한 데 반해 해외관광 활성화로 공항점 이용객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었다. 신라면세점이 올 들어 대규모 마케팅 행사를 공항점 위주로 전개하는 배경이다.
공항에 목맨 면세점, 쇼핑 지원금까지 준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들은 공항점 영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내점 매출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공항점은 이용객, 매출 등 외형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공항 면세사업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카드는 체류 시간 늘리기다. 공항점 이용객은 탑승 전 잠시 둘러보는 사람이 대다수다. 시내점에 비해 체류 시간이 짧고 평균 판매 단가도 낮다. 면세점들은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이용객이 미리 공항에 도착해 최대한 많은 상품을 쇼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이 탑승 3시간 전 도착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최대 7만원의 쇼핑 지원금을 지난 7월부터 지급하는 게 대표적이다. 행사 두 달간 하루평균 구매 고객수는 5~6월 대비 약 7% 증가했다. 현대면세점도 비슷한 행사를 기획 중이다. 인천공항에 출국 3시간 전에만 도착하면 3만원 상당의 선불카드를 줄 예정이다.

시음, 시향 등 백화점에서 성공한 체험 마케팅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인천공항 제2터미널 매장을 새로 열면서 디올 뷰티 향수 시향, 오설록 차 시음, 마사지기 풀리오 체험 사용 등과 같은 콘텐츠를 대거 입점했다. 먼저 체험한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에 비해 상품 구매율이 20% 높았다는 외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었다.

신라면세점은 백화점들이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유치에 큰 효과를 본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천공항점에 지난달 프리미엄 위스키 듀어스 팝업스토어를 열어 시음뿐 아니라 신제품 출시·할인 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면세점은 온라인 쇼핑몰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면세점 개별 온라인몰에선 이용자가 탑승 최소 3~4시간 전 주문해야 인도장에서 물품을 받을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시간을 30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항 입점 면세점 사업자를 모아 통합형 ‘스마트 면세점’을 구축하고, 물류를 통합하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실현되면 이동시간, 발권 대기시간 때도 면세품 온라인 쇼핑이 가능해진다.

다만 공항점은 시내점과 달리 임차료 부담이 훨씬 크고, 영업이 잘된다고 해서 마냥 늘릴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이용객이 늘수록 임차료 또한 높아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면세점은 매출이 작년부터 크게 늘었음에도 손익분기점(BEP)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임차료 부담 탓에 아예 인천공항에서 매장을 철수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