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표시 한국 기업 채권’(KP물) 펀드에 올 들어 5000억원이 넘는 돈이 순유입됐다.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에 육박한다. 고액 자산가들이 절세 혜택을 염두에 두고 이 펀드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들어 5000억 넘게 뭉칫돈…자산가 '톱픽' 된 KP물 펀드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국내 KP물 펀드 설정액이 5097억원 늘었다. 이 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2342억원이 최근 3개월 동안 들어왔다. KP몰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9.09%로, 국내채권형(3.30%) 및 해외채권형 펀드(1.82%)보다 높았다.

KP물은 국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표면금리가 연 4~5%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T는 2일 연 4.125%로, 미래에셋증권은 올 7월 연 5.5%로 KP물을 발행했다. 연 3%대인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1~2%포인트 높다.

KP물 투자자는 높은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개인이 KP물에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고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안 내도 되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고 이 초과분에 대해 종합소득세 최고세율(45%)을 적용받는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는 절세 효과가 더 커진다.

예컨대 신한투자증권에서 고액 자산가에게 판매 중인 ‘KB증권 선순위채 KP물’은 표면금리(연 2%대 초반)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매매차익까지 고려하면 4% 중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표면금리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세금이 나오지 않는다.

황광숙 신한투자증권 투자상품솔루션부 이사는 “고액 자산가가 은행 예금을 통해 동일한 세후 수익률을 얻으려면 예금 금리가 연 6% 중반을 넘어야 한다”며 “고액 자산가는 세금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표면금리가 낮은 KP물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KP물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뒤 국내 기업들의 외화 표시 채권 발행이 더 활발해졌고,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 매매 차익 기대도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스프레드가 현재 역사적 저점이기 때문에 KP물 가격이 조정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김준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KP물에 대한 시장 수요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양호한 수급 여건 전망과 더불어 국내 기업들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투자심리 등을 감안했을 때 수익률 눈높이를 더 높게 잡는 전략을 펴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