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로봇기업이 협동로봇의 ‘근력 늘리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더 무거운 물건을 안전하게 들어 올리는 게 핵심인 ‘팰리타이징(적재)’ 로봇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팰리타이징 로봇이 주력인 물류로봇 시장은 2026년 102억달러로 커질 유망 시장이다.

경쟁에 불을 붙인 회사는 세계 최대 로봇기업 중 한 곳인 덴마크 유니버설로봇(UR)이다. 이 회사는 최근 로봇팔의 무게중심이 최적화되는 지점을 찾아 몸무게(63㎏)를 늘리지 않고도 ‘기반 하중’(물건을 들어 올리는 힘·페이로드)을 35㎏으로 단숨에 5㎏ 증량했다.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국내 로봇업체들도 기반 하중을 늘리기 위한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무거운 물건 들수록 돈 번다"…로봇팔 '근력 경쟁'

힘세지는 협동로봇

13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UR은 최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협동로봇 ‘UR30’의 기반 하중을 5㎏ 늘렸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치다. 물류자동화 공장에 투입되는 협동로봇의 성능을 좌우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몸무게를 더하지 않으면서 더 무거운 물건을 들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히 기반 하중을 늘리는 건 모터와 감속기 등을 더 넣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몸무게도 같이 증가해 옆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다칠 위험이 커진다. ‘로봇팔’로 불리는 협동로봇은 사람 바로 옆에서 ‘협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설령 부딪히더라도 작업자가 다치지 않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러려면 무게를 최소화해야 한다. 산업용 로봇과 달리 협동로봇은 안전펜스가 없기 때문이다.

UR30의 소프트웨어 혁신에 로봇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UR30의 무게는 63㎏이다. 35㎏의 짐을 들어 올리는 협동로봇 중 가장 가볍다. 두산로보틱스와 대만 테크맨로봇도 100㎏ 이하 몸무게로 30㎏이 넘는 짐을 들 수 있지만, 몸무게 대비 기반 하중 비율은 UR에 못 미친다. 산업용 로봇 세계 2위인 일본 화낙의 신제품도 기반 하중이 35㎏이지만 몸무게가 135㎏에 달한다. 이 정도면 인간과 부딪혔을 때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날씬한’ UR30의 강점은 무인운반차량(AGV) 위에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물류센터 곳곳을 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들고 내리는 일을 맡는다. 현재 로봇 무게가 100㎏을 밑돌며 기반 하중 30㎏을 넘긴 로봇업체는 UR, 두산로보틱스, 테크맨로봇 등 세 곳뿐이다.

커지는 물류 로봇 시장 정조준

로봇업계에선 UR이 지난 2월 출시한 UR30의 기반 하중을 7개월 만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5㎏이나 늘린 데 주목하고 있다. 2021년부터 기반 하중을 늘릴 수 있는 황금비율을 찾은 결과다.

비밀은 ‘안전마진’에 있다. 통상 로봇업체들은 협동로봇 기반 하중의 15~20%를 안전마진으로 설정한다. 더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힘을 제한한다는 얘기다. UR은 사람 몸의 움직임을 연구해 로봇팔의 무게중심을 최적화하는 식으로 안전마진을 최소화했다.

업계에선 UR의 혁신으로 물류업계의 협동로봇 수요가 한층 확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 3D 업무인 팰리타이징을 사람에게 맡길 이유가 하나 더 줄어들어서다. 협동로봇이 35㎏까지 커버하게 된 만큼 굳이 사람에게 운반을 맡길 일이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35㎏보다 무거운 짐을 사람이 옮길 경우 근골격계질환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최소한 팰리타이징 분야에선 협동로봇이 빠른 속도로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리서치앤드마케츠에 따르면 2021년 22억달러(약 2조9700억원)이던 물류 로봇 시장 규모는 2026년 102억달러로 네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이 중 상당수는 팰리타이징 로봇이다. 전세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협동로봇의 기반 하중이 늘어나면 시멘트 포대를 나르는 등 건설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며 “무거운 물체를 나르는 업무는 앞으로 로봇이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