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주 향한 '1호 로켓 터미널'…돈·사람·기술 모두 빨아들인다
우주가 탄생한 건 138억 년 전, 지구는 45억 년 전이다. 가늠조차 되지 않는 ‘우주적 시간’ 속에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찰나에 그치는 인류의 시간을 확장하겠다는 ‘비전’으로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 머스크의 우상이던 닐 암스트롱조차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지만, 지금 스페이스X는 ‘헥터콘(hectocorn)’으로 불린다. 세계 최초로 100인 이상 탑승 가능한 재사용 발사체가 될 ‘스타십’의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8000억달러(약 1000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불과 22년 만에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을 거대한 인류의 산업으로 바꿔 놓은 현장인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를 한국 언론 최초로 방문했다.

“우주 물류 혁명이 시작됐다”

스타베이스는 발사대를 비롯해 냉각용 시스템, 저수 시설, 착륙대, 발전소, 천연가스 처리 시설 등 스타십 발사를 위한 최첨단 설비를 모아 놓은 화성 탐사 전초 기지다. 아직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가득하던 지난달 중순, 스타베이스엔 헬륨가스와 중장비, 건설 자재를 실어 나르는 트럭 수십 대가 쉴 새 없이 오갔다. 도로 정체가 발생할 정도였다. 안전모를 쓴 엔지니어들이 스타십 외벽에 달라붙어 만들어 내는 용접 불꽃은 심우주를 향한 인류의 뜨거운 열망을 표현하는 듯했다. 취재에 동행한 박형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 물류 혁명이 시작됐다”며 “스타베이스에 막대한 자본과 미국 최고의 우주 인력, 그리고 미래 기술이 실시간으로 모이고 있다”고 감탄했다.

스타베이스는 은퇴자들이 모여 살던 조용한 보카치카를 ‘우주 성지’로 탈바꿈시켰다. 현장에는 엔지니어, 공사 인력을 위한 대규모 주택단지가 건설되는 등 인프라 조성이 한창이었다. 농구장, 축구장 등 운동 시설과 태양광 패널을 두른 발전 시설도 눈에 띄었다. 캠핑장과 수목원, 러닝 트랙도 마련돼 있다. 검은색 스페이스X 티셔츠를 입고 해변을 조깅하는 직원도 자주 마주쳤다. 스타베이스 인근의 브라운스빌은 스타십 발사를 볼 수 있는 명당으로 알려지며 상권까지 살아났다. 이곳에서 30년째 살고 있다는 세실리 로드리게스 왓더버거 매니저는 “스타십을 발사하는 날이면 도시 전체가 천둥소리로 들썩인다”며 “많은 관광객이 유입돼 지역에 활기가 돈다”고 전했다.
스타십 노즈콘(로켓 머리 부분)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웰딩엔지니어. 스타십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  스페이스X 제공
스타십 노즈콘(로켓 머리 부분)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있는 웰딩엔지니어. 스타십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 스페이스X 제공

40층 아파트 높이의 우주선

스타베이스의 목표는 스타십 프로젝트 성공이다. 스타십의 첫인상은 웅장함 그 자체다. 대형 크레인에 탑승한 웰딩 엔지니어들은 스타십 외벽에 검은색 육각형 단열 타일을 부착하고 있었다. 단열 타일은 스타십이 지구에 재진입할 때 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열의 플라스마를 견디는 역할을 한다. 플라스마는 대기권 재진입 시 나타나는 것으로 강력한 공기 마찰에 의해 7000도의 불꽃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스타십의 초정밀 접합 공정을 담당하는 조 카브레라 스페이스X 웰딩엔지니어는 “접합을 잘못하면 재진입 시 균열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인류의 새 역사를 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십은 머스크 CEO가 인류를 화성에 보내기 위해 개발한 초대형 우주선이다. 길이 121m, 무게 5000t으로 인류가 만든 로켓 중 가장 크다. 40층짜리 아파트와 맞먹는다. 화성만이 목표는 아니다. 총 150t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적재 용량을 가진 스타십은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먼 미래에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화물, 사람, 기술을 지구 저궤도(LEO)와 심우주로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 분야 벤처캐피털업계에선 “실현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나열하려면 상상력의 부족함을 느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보카치카=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