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인 포레나당산(왼쪽)과의 일조권 침해 소송에서 지난 8월 일부 승소한 당산동 현대아파트(오른쪽) 모습.  박시온 기자
서울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인 포레나당산(왼쪽)과의 일조권 침해 소송에서 지난 8월 일부 승소한 당산동 현대아파트(오른쪽) 모습. 박시온 기자
서울 당산동의 한 청년임대주택이 완공 후에도 인근 주민의 일조권 소송에 휘말리면서 관련 사업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추진돼온 이 사업은 계획 단계부터 강력한 주민 반대에 직면했고, 완공 후에도 법적 분쟁 끝에 손해배상 및 위자료를 부담하게 됐다. 일조권을 빌미로 청년임대주택사업에 딴지를 거는 행태에 법원이 손을 들어주면서 관련 업계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청년임대가 빈민 아파트?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윤찬영)는 당산동 현대아파트 주민 74가구가 당산동 청년임대주택(포레나당산) 시행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 8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31가구에 대한 시행사의 재산상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이 중 정신적 피해를 본 17가구에 위자료 1500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양측이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496가구의 포레나당산은 2020년 4월 착공해 2022년 12월 완공됐다. 이 청년임대주택은 2018년 공급 계획이 발표됐을 당시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인근 주민은 “청년임대주택이란 미명하에 ‘빈민 아파트를 신축한다”며 “아파트 가격 폭락과 빈민 지역 슬럼화로 이미지 손상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완공 후에도 ‘님비(NIMBY·혐오시설 기피)’ 논란은 이어졌다. 완공 1년가량이 지난 작년 11월, 인접한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포레나당산 신축으로 일조권이 침해돼 재산 가치가 하락했다”며 “천공조망권(하늘을 볼 권리) 침해는 물론 사생활·소음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이에 A사 측은 “청년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적 필요에 따라 시행됐고, 건축 과정에서도 법규를 모두 준수했다”고 맞섰다.

법원은 일조권 침해가 명확한 일부 가구에는 피해를 인정했지만, 조망권과 소음 등 부차적 피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또 청년임대주택 골조공사 이후 입주한 주민이나 임차인을 둔 경우는 위자료 지급이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대주택 공사 이후 일조시간이 감소했고, 감소량도 상당해 A사는 일조 방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사업의 공익성도 인정되고 A사는 건축 당시 규정도 모두 준수했다”며 “감내하기 힘든 소음으로 정신적인 고통이 가해졌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적 분쟁 불씨…시행사 부담 커져

서울시는 2027년까지 6만2000가구의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만 19~39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주변 시세 대비 70% 수준의 저렴한 임차료로 역세권에 공공·민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민간 시행사가 아파트를 지어 관리 운영하는 방식이다.

착공한 청년임대주택 단지는 이달 기준으로 71개에 달한다. 이번 사례와 같은 일조권 분쟁이 늘어나면 시행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청년임대주택은 공공기여 사업이고, 시행사 입장에선 오랜 기간 낮은 가격에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이익을 남길 여지가 적다”며 “완공 후에도 소송이 들어온다면 부담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에서도 한 주상복합 주민들이 남부터미널 인근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건설사업 계획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이 각하했지만 주민 측 항고로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