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복잡한 것을 극도로 꺼린다. 비용을 낮추려면 할 수 있는 데까지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십에 총 33개 장착되는 랩터 엔진은 이 같은 머스크 경영철학의 산물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8월 ‘랩터3’를 공개했다. 한 번에 통째로 찍어낸 것처럼 모양을 획기적으로 단순화했고, 불꽃 길이가 300m에 달하는 등 로켓 길이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효율을 극대화했다. 전문가들은 보잉, 롤스로이스 등 전통 강자조차 흉내 내지 못할 첨단 엔진 개발로 스페이스X가 주도하는 우주 발사 독점 시대가 열렸다고 진단했다.
왼쪽부터 2016년 선보인 첫 번째 랩터 엔진. 오른쪽 끝의 최신 버전인 랩터3는 단순화에 성공하면서 추력, 무게 등을 개선해 효율성을 높였다.  스페이스X 제공
왼쪽부터 2016년 선보인 첫 번째 랩터 엔진. 오른쪽 끝의 최신 버전인 랩터3는 단순화에 성공하면서 추력, 무게 등을 개선해 효율성을 높였다. 스페이스X 제공

부품 균일화 위해 3D프린터 도입

지난달 스타베이스 취재에 동행한 박형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랩터3에 대해 “스페이스X는 3세대에 걸쳐 여러 부품을 하나로 통합하고, 외곽으로 돌출된 부품을 내부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연구했다”며 “모든 부품의 품질을 균일화하기 위해 3차원(3D) 프린터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중량은 2t에서 1.5t으로 줄였고, 제조 단가는 절반가량 낮췄다. 감소한 중량만큼 추력비가 향상됐다. 스타십을 랩터3에 맞춰 재설계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016년 첫 연소 시험을 마친 랩터 엔진의 초기 버전은 엔진 외부에 파이프와 밸브, 기계 장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2021년 성능을 개선한 랩터2부터 이런 부품이 대거 사라졌다. 랩터 엔진은 액체 메탄(CH4)을 연료를 사용한다. 액체 메탄은 산화제인 액체산소와 결합해 연소하면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성된다. 이 때문에 액체 메탄은 케로신(등유)을 쓰는 기존 액체연료에 견줘 매연과 그을음이 적어 재활용 로켓에 적합하다. 기존 액체연료 로켓이 케로신이나 액체수소를 주로 사용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엔진은 로켓 개발의 꽃으로 불린다.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확률도 높은 데다 원천 기술 없이는 진입 자체가 어렵다. 지난 3년간 스페이스X 랩터엔진개발팀의 선임 터보기계연구원으로 스타십 개발에 참여한 이진욱 박사는 “스페이스X는 난관 속에서도 과감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며 “스페이스X 성공 요인이 막대한 자본에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지만 스페이스X는 지구상 그 어떤 조직보다 효율적인 집단으로, 경이로운 수준의 비용만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성공시켰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우주 독점 vs 더 큰 산업 창출

스타베이스는 랩터3 생산과 연구개발(R&D)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예정이다. 머스크 CEO는 스타십을 타고 화성까지 가려면 편도 26개월이 걸린다고 밝힌 적이 있다. 과학계에선 랩터 엔진 성능에 따라 이동 시간을 1개월이라도 단축한다면 그에 따른 효율성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것으로 입을 모은다.

스타십을 통한 우주 발사 독점도 스페이스X에 천문학적인 부를 안겨주겠지만, 스타십이 창출할 ‘발사의 자유’가 더 많은 가치를 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스페이스캐피털에 따르면 2013~2022년 우주 경제에서 이뤄진 지분 투자 2500억달러 중 99%가 위성과 발사체에 집중됐다. 이 중 단 10%라도 우주 물류, 우주 중공업 등 스타십을 기반으로 탄생할 신흥 산업에 투자한다면 인류는 전에 보지 못한 우주산업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게 스페이스X의 계산법이다.

스페이스X가 만든 저궤도 위성망인 스타링크를 확충하는 데도 스타십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카치카=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