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업계에선 경영권 방어 제도가 취약한 국내 규제 환경 때문에 기업들이 분쟁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해외 주요국에 있는 차등의결권,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황금주 등이 허용되지 않다 보니 국내 기업들엔 자사주 매입만이 사실상 경영권을 방어할 유일한 수단이다.

그간 재계에선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차등의결권은 주당 부여되는 의결권 수가 다른 주식을 말한다. 경영자 등이 보유한 특정 주식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하거나(복수의결권), 반대로 특정 주주에겐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을(무의결권) 수 있다.

국내에선 현행법상 1주 1의결권 원칙에 위배돼 인정되지 않는다. 의결권이 남용될 위험이 있지만 적은 지분으로도 확실하게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비슷한 개념으로 ‘황금주’도 있다. 단 한 주만으로도 주주총회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단번에 무산시킬 수 있다.

특정 주주 지분만을 희석할 수 있는 ‘포이즌 필’도 외국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 제도가 있으면 기존 지배주주는 시가보다 싸게 주식을 사 외부 세력의 인수 시도 자체를 저지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는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을 모두 도입했다. 영국이나 독일 등 다른 유럽 주요 국가들도 최소 1개 이상은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반대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약하는 제도가 더 많다. △감사(위원) 선임 시 3% 의결권 제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정관 변경 시 3% 의결권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황금낙하산, 초다수결의제 등이 있지만 실익이 크지 않아 도입한 기업은 많지 않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