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 중앙부처가 채용한 청년인턴 여섯 명 중 한 명이 ‘중도 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주요 정책에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선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냥 앉아만 있다가 퇴근하세요"…세금으로 월급 뿌렸다

○2개월 임기도 못 채우고 그만둬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부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각 부처가 채용한 청년인턴 1237명(누적) 중 계획한 임기(3~6개월)를 채우지 못하고 퇴직한 사람은 209명(16.9%)으로 집계됐다. 중도 퇴직률이 가장 높은 부처는 외교부로 청년인턴 21명 중 10명(47.6%)이 임기 도중 그만뒀다. 다음으로 국토교통부(30.5%) 해양수산부(29.9%) 중소벤처기업부(25.5%) 국방부(25%) 등의 순이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청년인턴 2152명 중 317명(14.7%)이 임기 중간에 퇴직했다. 4분기 기업 공채 시즌을 고려하면 연말로 갈수록 중도 퇴직 비율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행정기관 청년인턴 제도는 공무원이 아닌 일반 청년에게 정부 부처에서 임기 6개월 이하 단기 인턴으로 근무할 기회를 제공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22년 10월 국무회의에서 “모든 정책을 추진하는 데 미래세대(청년)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라”고 주문한 후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2023년 1월 부처 합동으로 ‘청년 일 경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고, 그해 2월 고용노동부를 시작으로 청년인턴을 순차 모집했다.

청년인턴 제도가 현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공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과장급 공무원들은 “청년인턴에게 공직사회 실무 경험을 쌓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판타지”라고 입을 모았다. 공무원 업무를 하려면 공문 열람과 상신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데, 잠깐 머물다 가는 인턴에게 이런 권한을 허용할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의 한 과장은 “중앙부처 업무는 숫자와 요건에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좌우된다”며 “청년인턴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일을 맡겼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냐”고 반문했다.

○청년인턴도 “아까운 세금 낭비” 불만

청년인턴을 관리 감독하는 사무관들도 “도대체 어떤 일을 시켜야 하냐”며 난감해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한 사무관은 “인사혁신처가 청년인턴에게 소위 ‘잡무’를 시키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왔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시킬 만한 일이 없다”며 “대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험이나 공부하다가 퇴근하라고 한다”고 털어놨다. NCS는 산업 현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한 것으로 공기업 등의 필기시험으로 활용되고 있다.

어렵게 취직 기회를 맞은 청년인턴들도 불만이 많다. 인턴 기간에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없어 취직 과정에 정부 인턴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대학생 이모 씨(25)는 “중간에 인턴을 포기하면 취직 면접 과정에서 오히려 나쁜 인상을 줄 것 같아 내키지 않아도 계속 근무하고 있다”며 “귀중한 세금이 낭비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년인턴의 채용과 배치도 허술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 청년인턴 260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는데, 본부 근무자는 2명에 그쳤다. 대부분 강원대 경북대 한국체육대 등 국립대에 할당됐다. 기재부는 지난 4월 12명을 선발하는 청년인턴(2차) 채용공고를 냈는데, 계약기간을 ‘5월 중~6월 30일’로 적시했다. 인턴 근무 기간이 두 달도 안 되는 것이다.

박주원 행정안전연구원 연구원은 “청년들이 국정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청년인턴 제도 운용에 관한 행정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