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생 100년’을 반추하다…블롬슈테트의 NHK 정기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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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박제성의 서울 밖 클래식 여행
블롬슈테트의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블롬슈테트의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올해 여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빈 필하모닉과 함께 역사에 남을 만한 브람스와 멘델스존을 들려준 바 있는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인류 최초의 97세라는 초고령 현역 지휘자로서 이제는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로 세월이 야속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본유의 템포를 견지하며 생생한 표현력과 젊은 생명력으로 가득한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에 음악적 감동을 넘어서는 인간 정신 승리의 숭고함을 체험하지 않을 수 없다. 육체적 한계를 넘어선 그는 잘츠부르크 이후 9월에 라이프치히와 스톡홀름에서 연주회를 가졌고 일본 스케줄 중간인 10월 21일과 22일에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다시 도쿄로 돌아와 정기연주회를 마무리한 뒤 11월에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및 말러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젊은 지휘자의 캐리어를 위협할 만하다.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의 인연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에는 명예 지휘자로 취임, 2013년부터는 2020년과 2023년을 제외하고 매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으며 2016년에는 계관 명예 지휘자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한 명의 지휘자가 최대 세 개의 다른 프로그램까지를 소화하는데, 이번 블롬슈테트 역시 A, B, C 프로그램을 각 두 번씩 구성했다. 그 레퍼토리를 보면 지휘자 자신의 인생을 총괄하는 듯한데, 2020회 A 프로그램은 깊은 신앙심과 순도 높은 진지함을 담아내는 오네게르의 교향곡 3번 ‘전례풍’과 브람스 교향곡 4번(10월 19일, 20일), 2021회 C 프로그램은 낭만주의의 요체로 파고드는 슈베르트 교향곡 7번과 9번 ‘더 그레이트’(10월 25일, 26일), 이번 리뷰를 위한 관람 공연인 2020회 B 프로그램은 지휘자 자신의 고향인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순수 북유럽 레퍼토리로서 시벨리우스 ‘투오넬라의 백조’와 닐센 클라리넷 협주곡 Op. 57, 베르발트 교향곡 4번 ‘나이브’로 구성되었다.
10월 10일과 11일 공연 가운데 산토리 홀에서 열린 첫 공연을 참관했는데 사실상 블롬슈테트와 NHK의 2024년 10월 프로젝트의 첫 공연. 입장부터 브라보와 함께 격렬한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그는 악장과 함께 제법 힘 있는 발걸음으로 등장하여 컨디션이 많이 좋아 보인 만큼 의자에 앉은 뒤 양손을 펼치자마자 오케스트라는 첫 호흡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투오넬라의 백조’. 저역 현악의 솟아오르는 에너지와 바이올린 파트의 서늘한 낭만성이 강조되며 여러 목관의 자욱한 향기까지 가세, 그 어떤 공연에서 체험하기 힘든 순수한 음향의 아름다움으로 전설 속의 한 장면을 정묘하게 연출해냈다. 이후 악단의 클라리넷 수석인 케이 이토와 함께 한 닐센의 클라리넷 협주곡에서는 이전 작품보다 악단 인원이 줄어든 만큼 더욱 슬림하면서도 정확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전달되었다. 인터미션 후 진행된 닐센의 스승인 베르발트 교향곡 4번에서 그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블롬슈테트는 모든 악기의 시작을 살며시 선을 그리거나 곁손질을 통해서라도 일일이 모두 신호를 줄 정도로 세심했고 박자는 정밀하고 정확했으며 물리적인 수준을 넘어선 아티큘레이션과 범인의 기준을 넘어선 표현력을 여전히 싱싱한 손목과 어깨운동을 통해 전달해주었다. 특히 거장들 특유의 늘어지는 템포 없이 음악에 적절한 드라이브를 걸어 진행시키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마지막 악장 피날레에서 두 팔을 최대한 벌리며 오케스트라를 하드캐리했을 때에 쏟아진 그 솟구친 음향과 충만한 에너지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NHK 교향악단은 비록 수석들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진 않았지만 일체감 높은 앙상블과 기민한 합주력, 순도 높은 통일된 음향을 발산하며 블롬슈테트의 음악적 방향에 완전히 동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주회가 끝난 뒤 여느 일본 연주회답지 않게 여기저기서 사진 플래시가 터지며 발작에 가까운 환호를 받은 블롬슈테트. 그가 직접 지휘하는 자신의 100세 기념 연주회에 참석할 수 있기를 갈망해 본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
10월 10일과 11일 공연 가운데 산토리 홀에서 열린 첫 공연을 참관했는데 사실상 블롬슈테트와 NHK의 2024년 10월 프로젝트의 첫 공연. 입장부터 브라보와 함께 격렬한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그는 악장과 함께 제법 힘 있는 발걸음으로 등장하여 컨디션이 많이 좋아 보인 만큼 의자에 앉은 뒤 양손을 펼치자마자 오케스트라는 첫 호흡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투오넬라의 백조’. 저역 현악의 솟아오르는 에너지와 바이올린 파트의 서늘한 낭만성이 강조되며 여러 목관의 자욱한 향기까지 가세, 그 어떤 공연에서 체험하기 힘든 순수한 음향의 아름다움으로 전설 속의 한 장면을 정묘하게 연출해냈다. 이후 악단의 클라리넷 수석인 케이 이토와 함께 한 닐센의 클라리넷 협주곡에서는 이전 작품보다 악단 인원이 줄어든 만큼 더욱 슬림하면서도 정확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전달되었다. 인터미션 후 진행된 닐센의 스승인 베르발트 교향곡 4번에서 그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블롬슈테트는 모든 악기의 시작을 살며시 선을 그리거나 곁손질을 통해서라도 일일이 모두 신호를 줄 정도로 세심했고 박자는 정밀하고 정확했으며 물리적인 수준을 넘어선 아티큘레이션과 범인의 기준을 넘어선 표현력을 여전히 싱싱한 손목과 어깨운동을 통해 전달해주었다. 특히 거장들 특유의 늘어지는 템포 없이 음악에 적절한 드라이브를 걸어 진행시키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마지막 악장 피날레에서 두 팔을 최대한 벌리며 오케스트라를 하드캐리했을 때에 쏟아진 그 솟구친 음향과 충만한 에너지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NHK 교향악단은 비록 수석들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진 않았지만 일체감 높은 앙상블과 기민한 합주력, 순도 높은 통일된 음향을 발산하며 블롬슈테트의 음악적 방향에 완전히 동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주회가 끝난 뒤 여느 일본 연주회답지 않게 여기저기서 사진 플래시가 터지며 발작에 가까운 환호를 받은 블롬슈테트. 그가 직접 지휘하는 자신의 100세 기념 연주회에 참석할 수 있기를 갈망해 본다.
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